[마약 비하인드] 북적이는 터미널·휴게소...'마약 안전지대' 아니었다

입력 2023-02-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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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10만 명당 마약 사범 수 31.2명. 한국은 이제 ‘마약위험국’으로 불린다. 어두운 그림자는 나이·성별·직업을 불문하고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마약을 취득하는 방법도 가지각색이다. 마약 사건의 뒷이야기를 파헤쳐 마약이 평범한 일상을 어떻게 뒤흔드는지 짚어본다.

▲ 경부고속도로 부산방향 만남의광장 휴게소에 있는 주유소. (뉴시스)

"제게 연락한 남자가 경부고속도로 만남의 광장에서 만나자고 해 아는 언니와 같이 갔어요. 저는 휴게소에서 아무도 만나지 않고 차 뒷좌석에 앉아있었죠. 언니가 어떤 남자와 만나 뭐를 받아오는 것을 봤어요. 제 부탁으로 언니가 70만~80만 원을 그 남자에게 건네줬죠. 마약을 구매할 생각이 없었는데 자꾸 구매하라는 식으로 이야기했고, 무서워서 언니에게 같이 가달라고 했어요."

이른바 '필로폰' 판매 등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기소된 A 씨 재판에서 이 같은 진술이 나왔다. 지역을 이동하는 사람들이 먼 길을 떠나기 전 들리는 경부고속도로 만남의 광장이 마약 거래에 이용된다는 취지의 발언. 필로폰을 구매하기 위해 A 씨와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B 씨는 그의 지시에 따라 2020년 7월 21일 오후 5시께 경부고속도로 만남의 광장으로 향했다.

다만 서울중앙지법 형사24단독 박설아 판사는 B 씨 진술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의 진술이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B 씨가 다른 사람과 '한작대기 공짜로 얻었다', '내게 공짜 작대기'와 같은 문자 메시지를 보낸 사실을 보면 피고인 A 씨가 B 씨에게 필로폰을 무상으로 내준 것으로 봤다. 이 외에도 B 씨가 A 씨를 직접 만났다는 '아는 언니' 인적사항을 밝히지 않는 등 진술과 정황이 일치하지 않았다.

해당 진술이 인용되지 않았지만 A 씨는 처벌을 피하진 못했다. 박 판사는 필로폰을 팔거나 소지한 혐의 등을 인정해 그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80시간 약물중독 재활교육 프로그램 이수도 명령했다. 2014년 11월에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죄로 징역 5년을 선고받는 등 동종전과가 있었다. 출소 후 재차 여러 사람에게 필로폰을 판매해 징역형이 선고됐다.

▲ 서울고속버스터미널 도착장. (뉴시스)

그는 거래 장소로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공간을 종종 이용했다. A 씨는 필로폰을 D 씨에게 판매할 때에는 고속버스터미널을 택했다. 그는 2021년 7월, 김해 버스터미널에서 검정 비닐 가방이 담긴 수화물을 서울고속버스터미널로 보냈다. 검정 비닐 가방 안에는 필로폰 100g이 담겨있었다. 고속버스로 수화물을 보내면 D 씨가 찾아가는 방법으로 필로폰을 거래한 것이다. A 씨는 재판 과정에서 D 씨에게 필로폰을 매도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필로폰 대금을 송금한 피고인 명의의 증권계좌 내용, 피고인과 Q 사이의 통화 내역, CCTV 영상 사진 등이 신빙성을 뒷받침합니다. 피고인은 자신이 운영하는 게임 사이트에 투자하기 위해 D 씨가 자신의 증권계좌로 돈을 보낸 것이라지만 D 씨는 투자한 적이 없다고 진술했습니다. 피고인은 지인이 버스 수화물로 건어물을 보내 D 씨가 찾아가게 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D 씨는 건어물을 보지 못했다고도 했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A 씨는 반성문을 여섯 차례나 제출했지만 박 판사는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마약류 범죄로 여러 차례 징역형 처벌을 받은 적 있고, 누범 기간에도 필로폰 매매하고 소지해서다.

"피고인은 징역형의 집행을 마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필로폰을 투약하는 등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구속기소 돼 재판을 받다가 보석으로 출소한 상태에서 많은 양의 필로폰을 매도했습니다. 피고인이 사회 구성원으로 법을 준수하며 바르게 살아가려는 의지가 있다고 볼 수 없고 재범 위험성 또한 매우 높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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