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국민이 병원에서 몇 번의 클릭만으로 쉽게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보험업법 개정안) 법안이 이달 임시국회에서 논의하지 못하게 됐다. 강력 반발했던 의료계가 대화의 장에 참여하기로 하면서 ‘이번에는 다르다’는 분위기가 형성됐지만 막판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소위원회 안건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23일 국회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는 오는 27일 법안심사1소위에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을 포함하지 않았다. 해당 개정안은 전날까지만 해도 법안소위 심사안건에 5번째 순서로 상정돼 있었지만 이날 최종 논의 안건에서는 제외됐다.
보험업계는 허탈한 분위기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의료계의 반대가 여전했고 여야합의가 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내달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주도한 ‘8자 협의체’ 개최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법안 심사가 먼저 되는 것도 모양새가 이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에서도 물심양면으로 지원한 만큼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당국 관계자는 “금융위원회에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에 대해 정무위 의원실에 설명하러 다니는 등 적극적인 지원에 힘썼다”고 했다. 성일종 국민의 힘 정책위 의장도 “청구가 불편해 병원 진료비 등 소액 보험금은 청구를 포기하는데, 의료계가 거부한다면 입법으로 처리하겠다”고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윤석열 대통령이 내건 주요 공약 중 하나다. 지난해 8월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1차 규제혁신전략회의’에서 입법과제로도 보고됐으며, 금융위도 올해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재차 추진 계획을 밝혔다. 실제 21대 국회에는 여야를 막론하고 관련 6개의 보험업법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14년째 공회전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이 ‘이번엔 다르다’는 분위기가 감지된 건 반대 입장을 고수하던 의료계가 마침내 참여 의사를 밝히면서 8자 협의체가 구성됐기 때문이다. 8자 협의체는 지난해 11월 관련 토론회를 마련한 윤창현 의원 제안에서 비롯됐다. 당시 윤 의원은 “제도 도입의 주도권을 전문가그룹에 위임해야 한다”며 협의체 구성을 촉구했다.
금융위는 내달 9일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를 위한 ‘8자 협의체’ 첫 회의를 열 계획이다. 금융위와 보건복지부, 의사협회, 병원협회, 소비자단체(의협추천, 금융위 추천), 보험업계,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등으로 꾸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