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에게 폭행을 당할까 봐 두려워 사업자 명의를 빌려준 뒤 미납된 연금보험료를 청구받은 딸이 자신 앞으로 부과된 연금보험료가 모두 취소돼야 한다며 국민연금공단(이하 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행정법원 제2부(재판장 신명희 부장판사)는 26일 A 씨가 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국민연금보험료 납부의무 부존재 확인 청구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다만 공단이 A 씨를 상대로 한 사업장 사용자 소급변경 거부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A 씨의 부친인 B 씨는 2015년 5월 철구조물 제조‧도장업을 영위할 목적으로 원고 명의를 빌려 사업자등록을 했다. B 씨는 4개월 뒤 A 씨를 사용자로 하는 국민연금 당연적용사업장 신고를 했고, 공단은 2015년 10월부터 A 씨 앞으로 국민연금보험료를 부과했다.
법원에 따르면 해당 사업장은 2016년 10월 기준으로 사업장가입자 자격이 상실됐고, 2015년 10월부터 2016년 10월분까지의 미납된 연금보험료는 4900여만 원이다.
이에 대해 A 씨는 아버지 B 씨로부터 폭행당할 것이 두려워 사업자 명의를 빌려준 것일 뿐이라며 부과된 금액을 취소해 달라고 했지만, 과세관청은 이를 거부했다. A 씨는 이에 불복하고 국세청에 해당 거부처분을 취소해 달라고 요청했고, 국세청은 ‘원고는 아버지의 강압에 의해 사업자 명의를 대여할 수밖에 없었고, 이 사건 사업장의 실질 사업자는 아버지’라는 이유로 과세관청의 거부처분을 취소했다.
한편 A 씨는 2020년 11월 공단에 당초 국민연금 사업장 성립신고를 한 2015년 9월로 소급해 이 사건 사업주를 원고에서 B 씨로 변경해달라고 신청했는데, 공단은 소급 변경이 불가하다고 통지했다.
A 씨 측은 “원고 앞으로 부과된 국세 및 건강보험료는 모두 취소됐다. 그럼에도 공단은 원고의 예금을 압류하는 등으로 여전히 원고가 이 사건 연금보험료 납부의무를 부담한다고 전제하고 징수 절차에 나아가고 있다”며 “원고의 피고에 대한 이 사건 연금보험료 채무가 존재하지 않음을 확인하고, 예비적으로는 이 사건 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사업장의 실제 사용자가 B 씨이고, 원고는 폭행이 두려워 강압에 의해 사업주 명의를 대여했다는 사실은 사실관계를 정확히 조사해야 밝혀질 수 있는 점 등에 비춰보면, 이 사건 연금보험료 부과처분이 당연 무효라고 할 수는 없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다만 재판부는 “(공단의) 이 사건 거부처분은 국민연금법상 사용자에 해당하는 자를 소급해 B 씨로 변경해 달라는 원고의 신청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원고의 청구를 인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