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의 세계적인 판매 급증에 국내 2차전지(배터리) 관련 중소ㆍ중견 업체들의 실적도 대폭 상승했다. 배터리는 전기차 가격의 30~40% 수준으로 차량 수요와 직결되는 산업으로 꼽힌다. 이런 흐름에 따라 2차전지 관련 업체들의 실적도 동반 급등했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차전지 핵심소재 생산 중견기업 에코프로비엠은 지난해 5조3569억 원(잠정치)의 매출액을 달성했다. 이는 전년보다 260.6% 대폭 늘어난 수치다. 영업이익도 232.5% 증가한 3824억 원이었고, 당기순이익은 2690억 원으로 175.1% 증가했다.
에코프로비엠은 “양극화 물질 판매량 확대에 따른 매출액 증가와 신규 공장 가동 확대로 인한 영업실적 개선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2차전지 소재 산업은 크게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전해액 등 4가지로 분류된다. 일반적인 리튬이온 2차전지의 원가구성은 양극재(37%), 음극재(18%), 분리막(19%), 전해액(13%), 동박 등 기타(13%)로 구성된다.
에코프로비엠이 생산하는 양극활물질은 원가가 높은 코발트를 적게 사용하고 니켈 함량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에너지 밀도가 높아 전기차용 소재에 적합하다고 한다. 또 NCA(니켈 코발트 알루미늄 배터리)와 NCM(니켈 코발트 망가니즈 배터리) 타입의 제품 생산이 모두 가능하며, 각형·원통형·파우치형 등 모든 배터리 타입에서 사용할 수 있다. 전기차 배터리 방식의 흐름이 바뀌어도 대부분 대응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미래 배터리라고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관련 기술 개발도 진행 중이다. 에코프로비엠 고유의 기술을 접목해 전고체 전해질을 자체 개발 진행 중이며, 원재료 조달부터 완제품 공급까지 벨류체인을 구축 중이다.
2차전지 및 EDLC(전기이중층 커패시터)용 전해액, 첨가제를 제조 및 판매하는 엔켐도 깜짝 실적을 보여줬다. 지난해 매출액은 5097억 원으로 137.8%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52억 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엔켐은 “국내ㆍ외 2차전지 수요 증가에 따른 매출 증대와 생산 설비 확대 및 신규 시장 개척에 따른 판로 확대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박 소재 기업 피엔티는 수주량이 늘면서 지난해 4178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이는 전년 대비 10.6% 증가한 수치이며, 영업이익은 42.9% 늘어난 777억 원으로 집계됐다.
피엔티는 두께조절이 쉬운 장점을 가진 전해 (전지박)동박을 생산 중이다. 피엔티는 ‘롤투롤’ 기술 장비로 고도의 기술을 요구하는 박막화에 특화된 2차전지용 소재, 전지박 등을 생산하는 장비를 주로 생산 중이다.
이 밖에 이차전지 양극활물질을 생산하는 코스모신소재는 매출액이 전년 대비 58.7% 증가해 4856억 원, 영업이익은 49% 늘어 324억 원을 기록했다. 전기자동차용 리튬이온 이차전지 조립공정 장비 제조 엠플러스도 매출액 52.6% 증가한 1167억 원, 영업이익은 140억 원 적자에서 76억 원 적자로 손실 폭을 줄였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에 따른 배터리 수요 증가로 수년간 이들 기업의 실적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배터리 시장 규모는 2020년 461억 달러(59조 원)에서 2030년 3517억 달러(456조 원)로 7.6배 성장하고, 이 중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2020년 304억 달러(39조 원)에서 2030년 3047억 달러(395조 원)로 10배 성장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