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울산 땅 내려갈 생각 없어...해명 기회 드릴 것”
“시스템 공천, 대통령실서 반대? 대통령실로도 바람직하지 않을 것”
“ARS 조사 안 믿어...민주주의 적은 여론조사 통한 왜곡”
“결선 가도 천하람과 연대하지 않아”
“다른 사람들은 선거 때가 되면 힘들어서 살이 빠진다는데 오히려 저는 선거 때 살이 찐다”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당권 주자인 안철수 의원(3선·성남 분당갑)은 26일 진행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호탕하게 웃었다.
1월 9일 당 대표 출마 선언을 한 뒤 두 달 강행군을 이어왔지만, 지친 기색이 없었다. 평소 마라톤을 즐겨 하는 안 후보는 마라톤 완주 메달들을 보여주며 거뜬하다고 했다. “섭섭하다. 선거 2주밖에 남지 않았다”며 아쉬운 마음을 드러낼 뿐이었다.
안 후보는 자신감이 넘쳤다. 그는 “별로 걱정을 안 한다”며 △총선 수도권 승리 △중도 외연 확장 △시스템 공천을 강하게 주장했다. 안 후보는 “윤석열 정부를 가장 도울 수 있는 것은 윤석열 정부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뽑는 것이 아니라 과반 (득표) 이상 정당을 만드는 것이 1순위”라고 주장했다.
최근 울산 땅 투기 의혹으로 곤욕을 치르는 김기현 후보를 향해선 “잘못하면 이것 때문에 우리가 질 수 있다”며 우려했다. ‘직접 울산 땅 현장을 보러 갈 생각이 있나’라는 물음엔 “이준석 전 대표부터 언론인들까지 다 내려가고 있지 않나”며 “저는 해명의 기회를 드릴 것”이라고 답했다.
다음은 안 후보와의 일문일답이다.
Q : 1월 9일 국회 소통관에서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하고 두 달을 쉼 없이 달려왔다. 힘들지 않나.
A : 마라톤 하는 사람 300명 중에 풀코스를 뛰어본 사람은 저밖에 없을 거다. 토요일에 20km 뛰고, 일요일에 10km 뛰고 해서 한 달에 100km 채우는데 요즘은 뛰지를 못한다. 다른 사람들은 선거 때가 되면 힘들어서 살이 빠진다는데 오히려 저는 선거 때 살이 찐다. 하하.
Q : 김기현 후보의 울산 땅 투기 의혹 해명을 어떻게 들었나.
A : 이 문제는 황교안 대표가 첫 번째 토론회 때 제기해서 저도 바로 다음 연설회 때 해명하라고 했다. 이대로 가면 안 된다고 생각했던 것이 민주당은 내년 총선 하루 전까지 이것을 가지고 계속 공격하면서 우리 표를 깎아 먹을 거다. 잘못하면 이것 때문에 우리가 선거에서 질 수 있다. 대장동 문제까지도 다 뒤집힐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김 후보에게) 해명하라고 했다. 후보 4명 저 빼고 다 법률가인데, 이분들이 이해가 안 된다고 하면 일반 국민에게 해명이 제대로 됐겠나.
Q : 시세 차익, 매입 시기나 의도 등 여러 의혹이 있는데.
A : KTX 노선변경도. 이것 말고도 다른 울산 지역에 쪼개기 땅 투기 의혹도 있다고 들었는데, 아마 줄줄이 나오지 않을까. 명쾌하게 해명해야 한다. 지금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해서 집 산 사람들이 이자를 못 내서 전전긍긍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당선된 데는 사실 LH 투기 사건에 대한 분노 때문이 컸다. 그것보다 더 큰 의혹이라 위험하다고 하는 거다.
Q : 혹시 울산 땅 현장을 보러 갈 생각 있나.
A : 하하하. 저는 해명의 기회를 드릴 거다. 이준석 전 대표부터 언론인들까지 다른 분들이 다 내려가고 있지 않나.
저는 오히려 남들이 안 하는 개혁안만, 벌써 세 번째 정책 발표를 하고 있다. 전당대회에서 저 혼자 정책 발표를 계속해도 되나 싶다. 공천제도를 어떻게 개혁할 것인지, 부정부패를 어떻게 척결할 것인지부터 해서 중요한 당 개혁 과제들을 발표해야 한다. 당 대표가 되면 무엇을 할 건지에 대해 말하는 사람이 없으니 저로선 답답하다. 토론회 때도 ‘제가 이런 내용을 발표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으면 김기현 후보는 ‘지금 제도는 문제없다. 사람이 문제다’고 답한다. 실제로 보면 문제가 많다. 공천관리위원회에서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는 부분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시스템 공천이라 부를 수 없는 거다. 당 대표조차도 자기가 꽂고 싶은 사람을 꽂을 수 없게 만들자는 건데 이것에 대한 의지가 제로에 해당하는 것이다.
Q : 시스템 공천이 좋아도 대통령실에서 반대하면 못 하지 않나. 대통령실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A :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비례대표 순번 정하는 것이 아마 제일 큰 기득권일 거다. 저는 그것을 당원들한테 돌려드리겠다고 했다. 그런데 그것을 대통령실이 반대해서 약속을 안 지킨다? 그것은 대통령실로도 별로 바람직하지 않을 거다.
Q : 울산 땅 투기 의혹이 전당대회의 화두로 떠올랐는데, 김기현 후보 지지율은 오르고, 안철수 후보 지지율은 떨어졌다.
A : ARS 조사는 안 믿는다. 재보궐 선거처럼 투표율이 낮은 경우가 있고, 대선처럼 투표율이 굉장히 높은 경우가 있다. ARS 자동응답 조사는 투표율이 낮을 때 근접하고, 투표율이 높을 때는 면접원 여론조사가 근접하게 된다. 이번에는 투표율이 40%가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게 되면 면접원 여론조사가 (결과에) 근접할 거다. 지난주 면접원 여론조사를 하는 엠브레인퍼블릭 조사에서는 제가 1등을 했다. 별로 걱정 안 한다.
어떤 나라들에서는 예를 들어 ‘응답률 5% 이하’ 라고 하면 적극적인 고관심층이 과하게 포집돼 참고용으로만 본다. 언론 매체에서 보도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이 있는 나라도 있다. 예를 들어 ‘15% 이상(응답률을 보인 여론조사)만 발표한다’는 것이 오히려 더 합리적일 것이라고 본다. 드루킹 사건 이후에 여론조사를 조작하는 경우가 자꾸 생기는데, 민주주의의 적은 여론조사를 통한 여론 왜곡이다. 그것을 없애는 것이 그다음 우리가 해야 될 일 같다.
Q : 당 대표가 되면 그 부분도 개선할까.
A : 이미 법안 나온 게 있다. 장제원 의원이 5% 이상이 돼야 언론에서 발표할 수 있다는 법안을 냈다. 왜 냈는지는 모르겠다만.
Q : 해당 법안에 동의하나.
A : 5%는 작고 10%는 돼야 하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든다. 5%를 맞추려고 대부분을 ARS 조사를 하고 일부만 면접 조사로 채울 수도 있다.
Q : 최근 천하람 후보가 이태원 상권을 함께 방문하자고 제안했는데, 거절했다.
A : 김장연대(김기현·장제원) 한다 해서 ‘3월에는 김치가 상한다’ 하니까 (김 후보가) ‘김치 냉장고를 사겠다’ 했는데, 바로 그다음 날 안 한다고 하더라. 저는 공천권 나눠 먹는 식으로 거래하고 연대하는 것에 반대한다. 김나연대(김기현·나경원) 연대도 사진을 보면 (두 분의) 표정이 안 좋지 않나. 이런 종류의 연대를 반대했던 사람이 연대할 수는 없다.
Q : 천하람 후보와는 합동연설회 현장서 사담도 나누고 해서 이태원에 갈 줄 알았다.
A : 천하람 후보도 그렇고, 황교안 대표하고도 얘기한다. 뒤에 있던 사람이 ‘무슨 얘기했냐. 왜 그렇게 친하시냐’고 물어도 보더라. 그런데 아까 말했듯이 김장연대부터 김나연대까지 연대를 비판해왔던 사람이 연대하는 듯한 모습을 비치면 제가 한 말을 뒤집는 것이 된다.
Q : 결선투표를 갈 것이라는 예상이 강하다.
A : 지금은 그렇다. 그저께인가 김기현 후보도 결선투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더라. 결국 ‘저하고 김기현 후보가 결선투표 가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Q : 결선에 가면 천하람 후보와 연대할 가능성이 있을까.
A : 결선투표가 없으면 연대가 활발히 일어난다. 솔직히 말해서 대통령제를 채택한 국가 중에 극히 일부만 결선을 안 한다. 우리나라는 결선투표 안 하는 소수 케이스인데, 결선투표를 안 해봐서 그렇다. 1차에서는 각 후보가 최선을 다해 지지자를 확보하는 운동만 한다. 서로 간 연대는 없다. 다음 2차가 됐을 때 떨어진 후보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하면 끌어당길 수 있을지에 집중한다. 그때도 ‘연대’라는 말이 안 나오는 이유가 유권자들이 3, 4위로 떨어진 후보의 명령을 따르는 군대가 아니다. 오히려 다른 후보를 지지했던 사람들에게 소구력 있는 메시지를 내고 ‘어떻게 하겠다’고 말하면서 표를 받는 거다.
Q : 결선에 간다면 떨어진 후보들의 표를 끌어당길 전략이 있을까.
A : 결선에 저하고 김기현 후보가 가게 되면 ‘우리가 왜 전당대회를 하는가? 그것은 내년 총선에서 과반을 획득하는 1당이 되기 위함이다’, 그러면 ‘누가 더 득표력이 있나, 누가 더 확장력이 있나’로 결정이 될 것이다. 특히 ‘누가 수도권에서 더 인지도가 있는가’ 지난번에 진 이유가 수도권에서 졌기 때문이다. 그럴 때 누가 더 수도권 승리에 도움이 되는가를 (유권자들이) 비교해서 판단할 것이다. 그때는 시야가 확 바뀔 것이다.
Q : 친윤 대 비윤 구도로 가는 건 아닐까.
A : 그렇지 않다. 윤석열 정부를 가장 도울 수 있는 것은 윤석열 정부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뽑는 것이 아니라 과반 (득표) 이상 정당을 만드는 것이 1순위다. 그래야 국정과제들을 법률로 통과시킬 수 있다.
Q : 선거가 이제 열흘 남짓 남았다. 각오 한 마디 한다면.
A : 섭섭하다. 2주밖에 안 남아서. 하하하. 그런데 정말 남은 기간 더 최선을 다해야 한다. 제가 가진 진정성이나 중도 확장력을 제대로 알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