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러 재재 반사효과”...중국 브랜드, 러시아서 삼성폰·현대차 빈자리 메워

입력 2023-02-26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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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1·2위였던 삼성전자·애플 점유율 53%→3% 급감
기아차 점유율 13%→10%로, 현대차 10%→9%로
전쟁 이후 다시 판도 바뀔 수도
일부 소비자 병행수입으로 아이폰·갤럭시 사들여

▲홍콩 지하철 역내에서 샤오미의 로고가 보인다. 홍콩/AP뉴시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1년간 수 백 개의 글로벌 브랜드가 러시아에서 사업을 철수한 가운데 중국의 브랜드가 빠르게 러시아에서 이들 글로벌 브랜드의 빈자리를 메우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고 25일(현지시간) CNN이 보도했다.

대표적인 분야가 스마트폰 시장이다. 러시아 스마트폰 시장에서 1, 2위를 차지했던 삼성전자와 애플이 러시아 시장에서 제품 출하를 중단하면서 중국 샤오미와 리얼미(Realme)가 판매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에 따르면 전쟁 전인 2021년 12월 삼성과 애플의 점유율은 각각 35%, 18%였으나, 2022년 12월 기준 각각 2%, 1%로 쪼그라들었다.

같은 기간 중국 브랜드의 점유율은 95%로 급등했다. 2021년 12월만 해도 이들 중국 브랜드의 시장 점유율은 약 40%였다. 특히 샤오미는 작년 한 해 동안 시장 점유율을 두 배로 끌어올리며 러시아 스마트폰 판매 1위에 오르며 최대 수혜자로 떠올랐다.

▲러시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추이. (노란선이 삼성전자, 빨간선이 애플, 보라색이 샤오미.) 출처 CNN

얀 스트리작 카운터포인트 부국장은 "중국 저가 브랜드 샤오미와 리얼미, 아너가 신속하게 반응해 기회를 잡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샤오미와 리얼미, 아너는 지난해 3분기 러시아 출하량을 전 분기 대비 각각 39%, 190%, 24% 늘렸다.

러시아 자동차 시장도 비슷한 상황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에서 르노와 현대·기아차 등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이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큰 공백'이 생겼고, 중국기업들이 발 빠르게 메우고 있다.

▲러시아 자동차 시장 상위 20위권 점유율 변화. 출처 CNN

S&P글로벌 모빌리티에 따르면 지난 1년간 러시아 시장에서 중국 체리와 창청 자동차가 상위 10위 승용차 브랜드로 올라섰다. 러시아 국산 브랜드인 라다도 지난해 시장 점유율이 28%로 전년도의 22%에서 올라갔다. 반면 비해 독일 BMW와 메르세데스 벤츠는 10위 밖으로 밀려났다. 기아차 시장 점유율은 13%에서 10%로, 현대차는 10%에서 9%로 각각 줄었다.

자동차 시장 분석업체 오토스타트에 따르면 지난해 전반적인 자동차 시장 침체에도 러시아 시장에서 중국 자동차 판매량은 7% 증가한 12만1800대를 기록했다.

중국기업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의 대러 금수 조치 반사 효과를 보고 있지만, 러시아 시장 자체가 경기 침체로 위축되고 있어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지난해 러시아 스마트폰 판매량은 33% 감소한 2100만 대였다. 같은 기간 유럽 스마트폰 판매 감소 폭이 20%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 큰 감소 폭을 기록한 것이다. 오토스타트는 지난해 러시아 자동차 시장 규모가 전년도보다 60% 쪼그라들었다고 전했다.

전쟁 이후에도 지금의 시장 분위기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면 애플, 삼성 등이 러시아에서 사업을 재개하면 점유율을 빠르게 회복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지금도 일부 소비자들은 카자흐스탄 등 주변국을 통해 병행 수입된 애플이나 삼성 휴대전화를 사들이고 있다. 프리미엄 브랜드 자동차를 원하는 소비자들도 마찬가지로 카자흐스탄이나 우즈베키스탄으로 건너가 벤츠나 아우디를 사 온다.

다만 전쟁이 얼마나 장기화할지가 관건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전쟁이 끝나고 외국 브랜드들이 러시아 시장으로 복귀해도 공급망을 재건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고려할 때 중국 브랜드들이 여전히 지금의 입지를 유지할 수 있다고 CNN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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