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너 상품 70%, 팬데믹 기간 비싼 장기 계약 체결
미국 PPI·유로존 근원 인플레율 높았던 이유
노동력 부족 따른 인건비 문제도 발목
전 세계 공급망이 최근 빠르게 회복하고 있지만, 인플레이션에 가하는 압박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기간 비싼 값에 공급 계약했던 상품들이 여전히 남아있을뿐더러 인플레이션이 아직 상품 가격에 온전히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화물정보 업체 프레이토스를 인용해 아시아에서 미국 서부 해안까지의 컨테이너 단기 운임이 팬데믹 기간 15배 이상 오르고 난 후 가파르게 떨어져 현재는 전염병 이전 수준으로 돌아왔지만, 유럽과 미국 동부 해안을 연결하는 컨테이너 단기 운임은 여전히 2019년 말의 두 배 이상이라고 보도했다.
게다가 컨테이너 화물선으로 옮겨지는 상품의 약 70%는 단기(현물)가 아닌 장기 계약에 따라 운송되는데, 2021년과 지난해 평소보다 훨씬 더 높은 요율로 재협상한 것이 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즉 대형 소매업체와 제조업체가 가격 인하를 보장할 만큼 운임이 충분하게 떨어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제이슨 밀러 미시간주립대 공급망관리학(SCM) 교수는 “화물 대부분은 여전히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훨씬 웃도는 계약 가격에 움직인다”며 “컨테이너 상품의 현물 가격 하락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이러한 상황은 일부 지역의 인플레이션이 완고하게 높은 이유를 설명해준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미국의 1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월 대비 0.7%, 전년 동월 대비 6.0% 각각 상승했다. 시장 기대치를 웃돈 수치로, 전월 대비로는 지난해 6월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이었다. 또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의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지난달 5.3%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물가 상황이 공급망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까지 시간이 다소 걸린다는 점도 인플레이션 장기화의 원인으로 꼽힌다. S&P글로벌마켓인텔리전스의 크리스 로저스 공급망 연구 책임자는 “인플레이션 흐름이 공급망에서 발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과소평가하기 쉽다”며 “기초 가격은 하락하고 있지만, 그 가격이 적용되기까진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린 여전히 인플레이션 상승분 일부가 제품 가격 책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많은 기업은 비용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인건비의 지속적인 상승 문제에도 직면하고 있다. 부족한 노동력과 치솟는 인건비는 인플레이션에 부담을 주는 동시에 공급망도 흔들 수 있다.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연은)의 니콜라스 슬라이 이코노미스트는 “노동력 부족이 공급망 업계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며 “실제로 물류 부문엔 노동 집약적인 부분이 여럿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실적을 발표한 소매기업들도 인플레이션 문제가 여전하다고 토로한다. 월마트의 존 데이비드 레이니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공급망 문제가 크게 완화했지만, 가격은 여전히 높고 소비자에겐 상당한 압박이 있다”고 말했다.
배스앤바디웍스의 지나 보스웰 최고경영자(CEO) 역시 “1분기 비용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박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