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기 스페인 정복자들은 볼리비아 포토시에서 실버 로드를 발견했다. 최근 중국은 다른 종류의 ‘금맥’을 찾아 공격적으로 돈을 쏟아붓고 있다. 바로 리튬이다. 지난달 중국 업체들은 미국과 러시아를 따돌리고 볼리비아에서 두 개의 리튬 공장 개발권을 따냈다. 중국 배터리 제조업체 컨템포러리 암페렉스 테크놀로지(CATL)가 이끄는 컨소시엄은 세계 최대 리튬 매장지라고 추정되는 볼리비아에 큰 베팅을 걸고 있다.
아르헨티나에서도 잇단 ‘승전보’를 울렸다. 중국 최대 리튬 생산업체 간펑리튬은 아르헨티나 기업 리디아를 인수하고 회사 소유의 2개 소금 호수에 대한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9억6200만 달러를 지불했다. 남미 지역에서 리튬은 소금 호수인 '염호'에 주로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광산회사 지진광업도 3억8000만 달러를 들여 아르헨티나에 탄산리튬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중국은 그동안 라틴아메리카에 구축한 영향력을 활용해 리튬을 비롯한 광물 확보에서 재미를 보고 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미주 프로그램 책임자인 라이언 버그는 “라틴 아메리카에서 중국의 프로젝트가 점점 청정 에너지로 옮겨가고 있다”며 “중국이 대출을 축소하고 보상에 집중하면서 양측 관계에 상당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보스턴대 글로벌개발정책센터의 레베카 레이 선임 연구원도 “재생에너지 투자가 빠르게 증가할 것”이라며 “중국과 라틴 아메리카의 관계가 잠재성에서 현실로 이동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중국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건 리튬만이 아니다. 수억 달러를 투자해 태양광, 풍력, 수력전기 프로젝트 계약도 줄줄이 체결했다. 레이 연구원은 “팬데믹 시기 서방 기업들이 철수하면서 경기가 침체한 상황에서 중국 기업들이 들어와 포트폴리오를 확대했다”고 말했다.
중국이 해외 정부 및 기업에 제시하는 거래 조건도 이들을 혹하게 만든다. 중국은 자금 투자에 조건을 크게 달지 않는다. 서방 금융기관들보다 돈을 끌어다쓰기 쉬운 셈이다. 중국의 대출 관행이 채무국을 결국 ‘빚의 노예’로 만든다는 비판이 거세지만, 라틴 아메리카 정부들을 단념시키지 못하고 있다. 환경 피해도 단골로 거론된다. 중국 자금이 들어간 프로젝트로 황폐화, 살충제 중독, 생태계 파괴 등 문제가 끊임없이 지적되고 있는 것이다.
버그 책임자는 “이들 정부가 중국 기업과 협력해서 양질의 결과를 얻을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지만 규제가 덜하고 비정부기구의 감시도 약해 골치아플 일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중국이 야금야금 라틴 아메리카 광물을 쓸어가자 서방 국가들도 다급해졌다. 지난달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리튬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해 아르헨티나와 칠레로 날아갔다. 유럽연합(EU)는 칠레와의 무역 관계를 강화했다.
조 바이든 미국 정부는 중남미 국가들과 ' 경제 번영을 위한 미주 파트너십(APEP)' 협상에 착수,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미국은 공급망을 확대하고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데 이를 활용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