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R&D 지원, 현금 지원 대신 세제 지원으로”
국내 스타트업 25% 규제로 어려움…규제 개선해야
정부의 연구개발(R&D) 지원방식이 현금 지원에서 세제 지원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무역업계 주장이 나왔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MWC 2023’ 전시장을 방문한 정만기 무역협회 부회장은 정부의 R&D 지원 방식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 부회장은 정부의 R&D 지원 방식이 현금 지원에 방점이 찍혀 있어 과제 선정 기간이 길어지고, 평가 방식도 전문성보다는 공정성에 무게중심이 실리는 바람에 평가 주체가 비전문가로 구성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투자 비중은 2020년 기준 4.8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2위로 최상위권이다. 반면 R&D 투자의 효율성 측면에서는 의문 부호가 붙고 있다.
정 부회장은 “지원 방식을 현금 지원이 아닌 세제 지원 방식으로 바꾸는 것이 근본적인 처방”이라며 대기업에는 세제 지원, 중소·중소기업에는 현금 지원 방식이 적합하다는 의견을 냈다.
그는 스타트업의 발전을 위해 각종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정 부회장은 MWC 전시장을 참관한 뒤 기자들과 만나 “글로벌 기업들은 4차 산업혁명을 앞두고 유망 기술을 활용하기 위해 스타트업 M&A(인수·합병) 투자나 사내 투자팀 신설을 통해 관련 기술을 업그레이드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라며 “한국도 스타트업이 번성하려면 규제가 있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무역협회가 지난해 말 한국 스타트업 256개사를 상대로 한 조사에 따르면 국내에서 규제를 견디지 못해 해외 이전을 고려하고 있다는 응답률은 25.4%로 기업 4곳 중 한 곳이 규제로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정 부회장은 협회가 이번 MWC에서 해외 진출 가능성이 큰 13곳을 선발해 참가 비용을 지원한 기업들이 차린 부스를 돌며 관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특히 그는 물을 전해질로 사용해 비(非)발화성 이차전지를 개발한 ‘코스모스랩’에 흥미를 보였다.
정 부회장은 “코스모스랩 물 기반의 전해액은 불도 나지 않으면서 에너지 밀도도 높다. 또 원자재가 목제 폐기물과 우리나라에서도 생산되는 아연(Zinc)이라 기존 배터리 원료로 사용되는 니켈, 코발트, 리튬 등이 필요하지 않다. 원료 확보 측면에서도 폭발적인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코스모스랩은 현재 15억 원에 달하는 벤처캐피털(VC) 투자를 받아 양산을 계획 중이며 논문 등을 통해 관련 기술을 학계에 보고한 상황이다.
정 부회장은 전시회 참관 후 ‘바르셀로나 악티바’의 파우 솔라니아 대외홍보위원장을 만나 한·스페인 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협업 방안을 논의했다. 바르셀로나 악티바는 시청 산하 기관으로, 창업·스타트업 지원과 일자리 창출, 해외 투자 유치 등을 목표로 1987년 설립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