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중앙회 역대 첫 4선 회장에 오른 김기문 회장이 도시락 오찬과 내부 소통 강화 등 조용히 첫 일정에 들어갔다. 경제단체 수장 중 첫 4선 회장이라는 화려한 성과에도 최근 중소기업계가 처한 어려움 등을 감안해 차분하게 현안을 챙기고, 내실을 다져야 한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2일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이날 김기문 회장은 서울 여의도 중앙회 회의실에서 임원들과 도시락으로 오찬을 진행하며 4번째 회장직에 오른 소회와 항후 계획 등을 밝혔다.
오후에는 경기도 판교에서 열리는 한덕수 총리 주재 제3차 규제혁신 전략회의에 참석했다. 저녁에는 중앙회 노동조합 및 직원들과 만찬을 갖고 소통을 통한 내부결속 다지기에 나선다.
김 회장은 민선 첫 4선 회장에 올랐지만 별도의 취임식은 생략할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은 “최초 민선 4선으로 주위의 축하를 많이 받았다. 큰 책임감을 느낀다”면서도 “취임식은 생략하고, 조용히 중소기업과 협동조합을 위해 어떤 정책을 추진해 나갈지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김 회장은 지난달 28일 제27대 중기중앙회장으로 선출됐다. 회장 선거에 김 회장이 단독으로 출마했고, 업종별 중소기업협동조합 이사장 등 정회원 364명이 전원 만장일치로 추대했다.
제23ㆍ24대(2007~2014년)과 제26대(2019년~현재)에 이어 4년 더 중앙회를 이끌게 됐다. 경제단체장 중 사상 첫 4선 회장이다. 중기중앙회장 임기는 한 차례만 연임이 가능하지만 중임 횟수 제한이 없다. 휴식기를 거쳐 당선되면 다시 연임이 가능해진다. 김 회장은 당선소감으로 “이번 연임은 회원분들께서 저의 지난 임기 4년과 과거 8년의 노력을 믿어주신 결과”라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4선의 성과에도 소리없는 행보에 나선 것은 최근 중소기업계의 녹록지 않은 현실과 무거운 과제를 풀어야 하는 막중한 부담 때문으로 보인다. 최근 중소기업계는 3고(3高. 고금리ㆍ고환율ㆍ고물가)로 인한 경영난과 수출 감소,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 일몰, 주 52시간제와 인력난 등 다양한 악재에 둘러싸여 있다.
김 회장은 이번 선거에 대한 출마와 관련해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코로나 펜데믹이 대한민국 경제를 뒤흔들었고, 강대국의 보호무역 장벽은 더욱 거세졌다”며 “글로벌 공급망 붕괴와 원자재 가격 폭등, 고환율ㆍ고금리ㆍ고물가라는 3중고를 겪어야만 했다. 엎친데 덮친다고 그사이 우리 주변에 ESG와 탄소중립 등 기업이 새롭게 변해야하는 트랜드도 피해갈수 없는 변화로 다가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우리는 복합 경제위기와 미래 트렌드에 적응해 새로운 기회를 찾느냐, 아니면 도태되느냐 라는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26대 재임기간 동안 중소기업계의 숙원사업인 납품단가 연동제를 법제화 시켰다. 이번 4선 재임기간 동안에는 보완입법 추진 등 납품단가 연동제 안착에 힘 쓸 가능성이 크다. 실제 김 회장의 이번 선거 공약에는 납품단가 연동제 안착으로 중소기업 제값받기를 본격 시행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보완입법 추진 등의 방식이 될 전망이다.
증여세 과세특례 연부연납 기간 확대와 기업승계 요건 완화 등 기업승계 제도 추가개선도 공약에 담겼다. 월 단위 연장근로한도 적용과 외국인 근로자 입국쿼터 및 고용한도 폐지 등에도 목소리를 낼 계획이다. 중소기업계의 디지털 및 ESG(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 경영혁신 지원도 과제다. 업종별 컨설팅 지원 및 대응 매뉴얼 제작·보급으로 중소기업이 ESG·탄소중립에 대응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할 예정이다. 뿌리산업 업종을 섬유·염색업종 등으로 확대하는 것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