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요금 인상에 전기·가스·수도 28.4% 상승…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4.8% 올라 10개월 만에 4%대로 둔화했다. 석유류와 축산물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섰고, 외식비 등의 상승 폭이 소폭 둔화한 영향이다. 다만, 공공요금 인상으로 전기·가스·수도 물가는 역대 최대 폭으로 상승했다.
통계청은 6일 발표한 '2023년 2월 소비자물가 동향'에서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가 110.38(2020년=100)로 전년 동월 대비 4.8%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월 상승률(5.2%)보다 0.4%포인트(p) 축소된 것이다.
물가 상승 폭은 전월보다 축소된 것은 작년 10월 5.7%에서 11월 5.0%로 떨어진 이후 4개월 만이다. 물가 상승률은 작년 4월(4.8%) 잏루 10개월 만에 4%대를 기록했다. 물가 상승률은 작년 7월(6.3%)까지 가파르게 오른 뒤 점차 둔화하는 양상을 보여왔다. 다만, 1월은 공공요금 인상으로 전기·가스·수도 물가가 큰 폭으로 오르면서 전월(5.0%)보다 확대된 5.2%를 기록했다.
품목별로 보면 전기·가스·수도 물가는 28.4% 상승해 별도로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상수도 요금을 올린 데 따른 것이다. 여기에 작년 4·7·10월에 이어 올해 들어 전기요금이 인상됐고, 가스요금이 지난해 네 차례(4·5·7·10월)에 인상된 여파도 컸다. 전기료는 1년 전보다 29.5% 올랐고, 도시가스와 지역 난방비도 각각 36.2%, 34.0%씩 상승했다. 상수도료는 전년 동월 대비 4.6% 올랐다.
공업제품은 1년 전보다 5.1% 상승한 가운데, 가공식품이 10.4% 올라 2009년 4월(11.1%) 이후 가장 크게 올랐다. 가공식품의 원료가 되는 국제 곡물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원유(原乳) 가격도 오르면서 출고가가 인상된 영향이다. 가공식품 중에서는 빵(17.7%), 스낵 과자(14.2%), 커피(15.6%)가 많이 올랐다. 다만 석유류는 1.1% 하락해 2021년 2월(-6.3%) 이후 2년 만에 감소세를 보였다.
농·축·수산물은 1.1% 상승해 전월(0.3%)보다 상승 폭이 확대됐다. 농산물이 1.3% 올라 상승세로 돌아선 가운데, 한파 등의 영향으로 채소류가 7.4% 올랐다. 수산물은 어획량이 줄고 수입 물가도 오르면서 8.3% 급등했다. 이는 2017년 5월(8.6%) 이후 최대 상승 폭이다. 축산물은 대형마트 할인행사 등의 여파로 2.0% 하락했다. 축산물이 1년 전보다 하락한 것은 2019년 9월(-0.7%) 이후 3년 5개월 만이다. 풋고추(34.2%), 양파(33.9%), 파(29.7%), 오이(27.4%) 등 채소 가격의 상승 폭이 가팔랐고, 고등어(13.5%), 닭고기(16.4%) 등도 큰 폭으로 올랐다.
외식 등 개인서비스는 5.7% 올라 전월(5.9%)보다 둔화하는 모습이 이어졌다. 외식 물가는 7.5% 상승했고, 외식 외 개인서비스는 4.4% 각각 올랐다.
물가의 기조적인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석유류 제외지수)는 1년 전보다 4.8% 올라 전월(5.0%)보다 둔화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비교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에너지 제외지수는 4.0% 상승했다.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돼 체감 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는 5.5% 올랐고, 신선식품지수는 1년 전보다 3.6% 상승했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이번 달은 외식을 포함한 개인서비스 상승률이 소폭 둔화하는 등 작년 하반기부터 물가 상승률이 둔화하는 모습을 보였다"면서도 "중국 경제활동 재개로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움직임도 보이는 등 여러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향후 물가가 더욱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최된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잠시 주춤하던 물가 둔화 흐름이 재개되는 모습"이라며 "부문별로 불안 요인이 남아있지만 특별한 외부충격이 없다면 향후 물가는 둔화 흐름이 더욱 뚜렷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공요금은 상반기 동결 기조하에 최대한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며 "주요 먹거리 가격안정을 위해 정부도 식품 원재료 관세 인하 등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 만큼 관련 업계도 생산성 향상 등 원가 절감을 통해 인상 요인을 최대한 흡수해달라"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