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판매, 2015년 대비 75.5% 감소
지난해 8월과 9월에 각각 1대씩 팔려
국산차의 상품 경쟁력 확대에 위축
신차 인플레이션, 해당 가격대 붕괴
수입차 시장의 양적 성장을 주도했던 3000만 원 미만의 저가 수입차 시장이 붕괴했다. 업계에선 자동차 시장의 다양성 훼손과 통상 압박에 대한 우려, 국산차 가격 상승의 실마리가 될 것으로 우려했다.
6일 한국수입차협회와 관세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3000만 원 미만의 저가 수입차 시장이 점진적으로 축소된 가운데 현재 이 가격대는 사실상 붕괴했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폭스바겐과 쉐보레, 한국토요타 등이 3000만 원 미만의 수입차를 일부 판매했으나 하반기에 손에 꼽을 수준"이라며 "8월과 9월에 폭스바겐이 각각 1대씩을 판매한 것을 제외하면 이후 판매 집계는 현재 0대인 상황. 이 시장이 사라졌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국산차의 상품 경쟁력이 향상되면서 이 가격대에 포진했던 수입차들이 시장에서 밀려나고 있다.
3000만 원 미만의 수입차는 2015년 한 해 7696대가 팔리며 정점을 기록했다. 일본 차와 프랑스 차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이를 기점으로 지속해서 ‘우하향’ 곡선을 그리며 판매가 줄었다. 지난해 저가 수입차 판매량은 1886대로 시장점유율은 2015년과 비교해 75.5% 급락했다. 작년 판매의 대부분도 상반기에 집중됐다. 하반기에는 재고분을 판매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이들 저가 수입차의 시작은 200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 혼다는 2003년 중형세단 어코드와 준중형 SUV인 CR-V 두 차종을 내놓고 각각 월 500대씩 판매했다.
한발 앞서, 고급차 브랜드 렉서스를 앞세운 한국토요타가 줄곧 거머쥐었던 수입차 1위 자리를 단박에 빼앗아 오기도 했다.
혼다의 성공을 지켜보던 닛산도 이듬해인 2004년 한국닛산을 출범했다. 렉서스의 성공을 교과서 삼아 고급차 브랜드 인피니티를 먼저 시장에 선보였다. 이들 일본차 3대 기업은 2000년대 후반까지 꾸준히 시장을 확대하며 전성기를 누렸다.
여기에 독일 폭스바겐이 상품성 뛰어난 소형차를, 프랑스 푸조는 앞선 디자인을 내세워 수입차 시장에 뛰어들었다.
본격적인 부침은 2010년대 들어 시작했다. 2008년 리먼 쇼크 이후 미국발 경기침체가 본격화하면서 수입차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도 이 무렵 꺾였다. SUV가 큰 인기를 누리기 시작했으나 적절한 대체 모델을 내놓지 못한 것도 전략적 실패로 분석된다.
거꾸로 현대차와 기아 등 국산차는 이 무렵 상품성과 디자인을 앞세워 경쟁력을 확대했다. 세단 일색의 제품군에 하나둘 SUV를 투입했다.
여기에 2015년 국산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가 출범하면서 저가형 수입차는 제품은 물론 브랜드 전략에서도 국산차에 밀리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수입차=고급차’라는 등식도 깨지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3000만 원 미만의 수입차 시장에 뛰어들 플레이어(신차) 자체가 줄었다. 한국닛산이 철수했고 스탤란티스코리아는 대중 브랜드인 시트로엥 대신 푸조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한때 이 시장을 주름잡았던 혼다 역시 모터사이클 사업에 더 집중하고 있다. 이 밖에 자동차의 전반적인 가격 인상도 3000만 원 미만 수입차 시장의 붕괴를 부추겼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국산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가 5000만~1억 원 사이의 가격대를 형성하면서 독일 고급차 3사는 이를 뛰어넘는 시장을 개척해 적잖은 성과를 얻었다”라며 “상대적으로 대응이 어려웠던 일부 수입차는 사실상 브랜드 철수 수순에 이르고 있다. 향후 중국산 저가 수입차가 몰려오면 소형 상용차를 시작으로 다시 이 시장이 커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