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해 증시가 고꾸라지면서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계 증권사들의 실적도 대폭 꺾였다. 그러나 여전히 순이익의 대부분, 혹은 그 이상을 본국으로 보내는 관행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제이피모간증권은 1일 이사회를 열고 1020억 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지난해 결산이익금을 본점으로 보내기 위해서다. 작년 제이피모간증권의 당기순이익은 1020억6542만4303원으로, 번 돈의 대부분을 본점으로 송금하는 셈이다. 제이피모간은 지난해에도 약 1596억 원의 당기순이익 중 1595억 원을 본점으로 보냈다.
UBS증권은 지난해 8월 이익잉여금의 일부인 420억 원을 본점으로 보내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UBS증권의 2022사업연도 영업보고서를 살펴보면,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18억4514만3908원이다. 한 해 동안 벌어들인 이익 이상을 본점으로 보냈다는 얘기다.
골드만삭스증권도 당기순이익(691억5830만 원) 이상의 배당금(700억 원)을 송금했다.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도 지난해 414억 원가량의 당기순이익을 벌고, 이 중 400억 원을 배당금으로 썼다.
다만 지난해 75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비엔피파리바증권은 배당을 하지 않았다.
반면 사회환원에는 인색한 모습이다. 외국계 증권사들의 기부금 내역을 살펴보면 UBS증권이 5000만 원으로 가장 많았지만, 배당금인 420억 원에 비해서는 미미한 수준이다.
크레디트스위스(2800만 원)와 골드만삭스(850만 원) 등이 뒤를 이었고, 제이피모간증권·비엔피파리바증권은 200만 원이었다. 100%에 달하는 배당성향을 기록했던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의 기부금은 0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사를 비롯한 외국계 기업들이 배당 명목으로 한 해 동안 벌어들인 수익을 본사로 보내는 관행은 낯설지 않다. 국부 유출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각도 여전하다.
다만 ‘이자 잔치’를 벌이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은행권과 달리 외국계 증권사의 경우 이익 대부분이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수료에 그쳐 이 같은 배당 관행을 문제 삼긴 어렵다는 목소리도 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건전성 지표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배당가능이익을 배당했다면 상법상 문제가 없다”며 “증권사 이익은 대개 매매 수수료일 가능성이 크고, 공적자금이 들어가지 않다 보니 은행과 경우가 다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