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SGI ‘채권시장 및 단기금융시장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
올해 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비우량 회사채가 15조 원에 육박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촉발된 채권시장 위기가 재발하지 않도록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는 9일 ‘채권시장 및 단기금융시장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이달부터 연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가 약 48조3000억 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 중 A등급 이하 비우량채는 15조2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캐피탈·카드채 등을 포함한 여신전문금융채 65조 원의 만기도 예정돼 있다.
보고서는 경기가 본격적으로 둔화되고 고금리가 지속하면서 비우량물에 대한 매입 수요가 개선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은행채와 고신용등급 회사채 등에 비해 비우량 회사채와 여신전문금융채권 등은 순발행이 과거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어 향후 만기가 닥쳤을 때 차환 발행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보고서는 단기자금 및 부동산 시장도 낙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지난해 4분기 기업어음(CP) 금리가 급등하고, CP·전자단기사채는 약 29조5000억 원의 마이너스 순발행을 기록했다. 금리 인상에 따른 부동산 시장 위축으로 1월 전국 미분양 주택이 7만5000여 호로 1년 전에 비해 약 3.5배 증가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 자산유동화 기업어음(PF ABCP) 금리는 10%를 상회하고 있다.
보고서는 부동산 경기둔화가 앞으로도 지속된다면 시행사는 분양대금을 통해 PF 대출을 상환하는 것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비우량 PF ABCP에 신용보강을 제공한 중소 건설사에 리스크가 가중돼 자금난 등의 위험도 심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는 경기둔화 국면에서 취약부문을 중심으로 위험이 재발하지 않도록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했다.
먼저 비우량 회사채 및 PF ABCP 시장을 지원하기 위해 채권시장안정펀드의 매입 대상을 현행 AA-등급 이상에서 A등급까지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해당 조치가 시행되면 연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A등급 회사채 8조4000억 원이 지원범위 안에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산업은행·기업은행의 중소 건설사 보증 PF ABCP 매입 프로그램의 집행 수준을 현 1000억 원에서 확대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유동성 난을 겪는 중소 건설사에 대한 저금리 대출·보증도 제공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소기업 대한 채무 재조정 필요성도 제기했다. 1월을 기준으로 담보 여력이 상대적으로 미흡한 중소기업의 신용대출 금리는 평균 6.67% 수준이고, 6등급 이하 저신용 기업의 경우 9%를 넘었다. 보고서는 중소기업들에 대출금리 조정 및 상환유예 혜택을 제공하는 등의 지원도 함께 수반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경희 대한상의 SGI 연구위원은 “정책적 지원을 강화해 리스크 재발 시 불안 심리가 급격히 확산하는 것을 예방할 필요가 있다”며 “대내외 경제 여건 악화로 유동성 난이 가중되고 있는 기업들을 선별하여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