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개사 참여…금리경쟁 본격화
금융당국 "연내 주담대로 확대"
2금융권, 과열경쟁 후폭풍 우려
금융당국이 5월 온라인·원스톱 대환대출 시스템에 신용대출뿐 아니라 주택담보대출까지 포함시키기로 하면서 은행 간 금리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체 가계 빚 중 주담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76%(800조 원)에 이르는 만큼 저리(低利)를 찾아 치열한 ‘머니 무브’가 전개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상대적으로 업권 특성상 은행에 비해 금리가 높은 카드사나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의 경우 고객 이탈이 불가피할 수 있어 과열 경쟁에 따른 후폭풍 우려도 나온다.
9일 금융당국 및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전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김소영 부위원장 주재로 제2차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실무작업반 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온라인·원스톱 대환대출 인프라 구축 현황 및 확대 계획을 논의했다.
김 부위원장은 회의에서 “대환대출 인프라 구축은 부동산 등기이전 등 다양한 이슈가 있겠지만 높은 주담대 금리로 고통을 겪는 국민의 이자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조속한 방안을 마련해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위는 금융회사 간 상환절차를 금융결제원 망을 통해 중계하고 전산화하는 시스템(대출 이동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5월 개인 신용대출을 대상으로 해당 서비스를 우선 운영하고, 연내 주담대까지 이를 확대한다는 목표다.
현재 대환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직접 금융회사를 방문해 상환 정보를 조회해야 한다. 금융사와 법무사 왕래를 통해 상환 여부까지 확인해야 대환대출이 이뤄진다.
대환대출 시스템이 구축되면 소비자는 금융회사를 방문할 필요 없이 각 금융사와 핀테크사의 인터넷이나 모바일 앱 등을 이용해 대환대출 상품을 신청하면 된다. 이후 새로운 대출을 제공하는 금융회사가 소비자의 대출금을 대신 상환해주고 소비자는 그 결과를 받아볼 수 있다. 더 낮은 금리의 금융사 대출 상품으로 갈아타기가 쉬워지는 셈이다.
이에 따라 금융사 간 저리 경쟁도 불붙을 전망이다. 5월 개시 예정인 신용대출 대상 대환대출 시스템에는 53개 금융회사, 23개 대출비교 플랫폼이 참여할 계획이다. 은행 19곳, 비은행권 주요 금융사(저축은행 18곳·카드사 7곳·캐피털사 9곳)의 신용대출을 더 낮은 금리의 대출로 손쉽게 변경할 수 있게 된다.
23개 대출비교 플랫폼은 핀테크·빅테크·금융회사 등 다양한 사업자가 참여해 제휴 범위와 금융서비스 간 연계, 신용평가 모델 등을 통해 이용편의와 접근성 제고를 위한 경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가계대출 잔액 중 약 76%를 차지하는 주담대까지 구축될 경우 은행권 간 저리 다툼은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갈수록 높아지는 대출금리 부담 속에 한푼이라도 이자가 낮은 은행으로 갈아타는 차주들이 몰릴 수밖에 없어서다. 진짜 ‘쩐의 이동’이 시작될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온라인·원스톱 대환대출 인프라가 활성화되면 금융사 간 경쟁으로 당연히 대출금리는 더 내려갈 수 있을 것”이라며 “금융소비자 입장에서도 비대면으로 대출금리를 비교 조회하고 한 번에 갈아타기까지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금융권의 금리 경쟁에도 회사 규모에 따라 한계가 있다며 자율경쟁도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은 고객 이탈에 대한 우려도 클 것이고, 자칫 무리하게 저리의 대출 상품을 내놨다가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과거 일부 금융사의 경우 인기 예·적금 상품을 내놨다가 고객이 몰려 순식간에 상품 가입을 닫았던 사례도 있었던 만큼 금융사별 캐파(생산능력)에 따른 대안도 필요하다”고 했다.
추가 규제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은행 한 관계자는 “그동안 대출비교 플랫폼이 없었던 것도 아니고, 금융소비자들 대다수가 더 낮은 금리로 대환대출을 받으려고 해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등에 막혀 한계가 있었다”면서 “서민들이 더 낮은 금리로 대환대출을 이용하게 하기 위해서는 신용대출에서도 DSR 규제를 완화하는 등 정부의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