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호암 이병철 명예회장 삼성 창립 85주년
27일 연암 구인회 창업회장 LG 창립 76주년
글로벌 복합 위기가 커지고 있다. 재계에선 과거 IMF 외환 위기, 글로벌 금융 위기 때보다 경영 환경이 더 어렵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 같은 위기 상황에서 재계에선 삼성, SK, 현대차, LG 등 대한민국 대표 글로벌 기업 1세대 창업주들의 위기 때마다 빛난 기업가정신을 되새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2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주요 그룹의 창립기념일 및 창업주의 추모일이 다가오면서 과거 재계 1세대의 기업가정신이 다시 조명받고 있다. 이달 20일은 아산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타계 22주기다. 22일과 27일은 각각 삼성과 LG가 창립 85주년, 창립 76주년을 맞는 기념일이다.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회장, 고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고 구인회 LG그룹 창업회장 등 재계 1세대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국가와 인류를 위한 ‘도전 정신’이다.
대다수의 재계 1세대가 맨주먹으로 시작했다. 이 창업회장, 정 명예회장 등은 쌀가게나 정미소 운영에서 시작했다. 구 창업회장은 포목상으로 출발했다. 반면 원주에 있던 선경직물을 싼값에 인수해 운 좋게 토대를 닦은 최 선대회장의 형 고 최종건 SK그룹 창업회장의 경우도 있다.
재계 1세대는 자재, 소비재 조달 무역을 위한 달러 축적 등 사업 확장을 위한 자금 확보에 생사를 걸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하는 만큼 매 순간이 생사를 건 도전의 연속이었다.
이 명예회장은 쌀장사로 번 돈으로 운수업, 부동산업, 무역업을 통해 자본을 쌓았다. 이 명예회장은 각종 기업을 설립하거나 인수하면서 삼성그룹의 기틀을 다졌다. 1959년 콘트롤타워 격인 삼성비서실을 발족시켜 그룹 차원의 주요 현안을 챙기도록 한 것은 시대를 앞서가는 경영 기법이라는 평가가 뒤따른다. 1983년 주변의 반대에도 밀어붙인 반도체 사업은 지금의 ‘글로벌 삼성’을 만드는 밑거름이 됐다.
구 창업회장은 무역업을 통해 돈을 벌던 1세대들과 달리 제조업에 몰두했다. 화장품, 플라스틱, 치약, 칫솔 등 당시 국민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소비재 시장을 묵묵히 개척했다. 구 창업회장은 1959년 국내 최초의 라디오를 생산하면서 삼성과 함께 한국의 전자 산업을 양분하는 금성사(현 LG전자)를 자리잡게 했다.
재계 1세대들은 기업인을 길들이려는 박정희 정권의 눈치도 봐야 했다. 1961년 들어선 군사정권은 부정축재자처리위원회를 만들어 주요 기업인을 잡아 가뒀다. 자본과 권력의 이해가 맞아떨어져 당시 상황이 원만히 해결되기는 했지만, 재계 1세대들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부침을 겪었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종전 후 들어선 군사정부의 불안정한 정치적 상황과 척박한 환경 속에서 과감한 결단과 혜안으로 초석을 다진 창업 회장들에게 모든 것이 생존을 위한 싸움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위기를 기회로 만든 창업 세대들의 도전 정신은 많은 기업인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