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 신뢰회복 방안 고민…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 남아
독과점 여부 면밀히 살필 듯…하이브 담합 가능성도 촉각
한국 엔터테인먼트 업계를 뒤흔든 카카오와 하이브의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이 한 달여 만에 막을 내렸다. 플랫폼과 엔터테인먼트 업계를 대표하는 두 기업이 정면으로 맞붙었던 여파로 인해 풀어내야 할 과제가 산적했다.
13일 카카오에 따르면 SM 경영권 인수를 위한 주식 공개매수는 26일까지 진행된다. 카카오와 하이브, SM이 합의점을 찾으면서 카카오의 지분 확보는 순조롭게 진행될 전망이다.
업계는 카카오가 무리 없이 지분 39.9%를 손에 쥐고 최대주주 지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 다음 관문은 공정거래위원회다. 카카오는 SM 지분 15% 이상을 보유하게 되는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기업결합 신고를 해야 한다. 공정위는 카카오와 SM의 기업결합이 시장의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지 살펴보게 된다.
국내 음원 플랫폼 1위를 달리는 멜론을 보유한 카카오가 SM이 아닌 경쟁사의 진입을 제한할 가능성이 있는지 등이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플랫폼 기업 카카오와 엔터테인먼트 기업 SM의 결합은 ‘수직형 기업결합’으로 볼 수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수직형 기업결합은 경쟁사업자의 구매, 판매를 거부하거나 불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등 시장봉쇄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하이브와 협력을 선언한 상황에서 담합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심사 결과가 나오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신청 이후 30일 이내에 기업결합 심사해 결과를 통지하고, 필요한 경우 90일까지 기간을 연장하게 돼 있다. 다만 기업이 자료를 제출하는 기간 등은 포함되지 않아 실제로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이러한 대규모 합병 사례가 없었던 점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하이브는 보유 지분을 15% 미만으로 낮출 가능성이 크다.
지분싸움 과정에서 불거진 자본시장법 위반 의혹도 변수다. 금융감독원은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하이브의 공개매수가 진행되는 동안 SM 주식을 대량 매수한 부분에 시세조종 혐의가 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1주당 12만 원에 지분확보를 추진한 하이브의 공개매수 마지막 날 카카오는 12만 원이 넘는 가격에 SM 지분 4.42%가량을 사들였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카카오의 행위에 법 위반 소지가 있는지를 두고 엇갈린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적어도 의심을 받을 여지가 있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금융당국이 시세조종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내놓으면 카카오의 SM 인수는 또다시 큰 암초를 만나게 된다.
카카오는 비방과 폭로가 난무하는 과정에서 떨어진 SM의 신뢰를 끌어올릴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SM 현 경영진은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의 역외탈세 의혹 등을 수면 위로 올렸다. 하이브가 "적극적으로 동조했던 현 경영진이 모든 책임을 미루려 한다"는 등의 역공을 펼치면서 현 경영진에 대한 신뢰도 동반 추락했다. 특히 하이브는 SM이 제시한 사업전략을 두고 수익성 보장 우려 등 의문을 던져왔다.
SM엔터테인먼트 구조조정 가능성도 제기돼 기존 직원을 포용할 해법도 필요하다. 갈등 국면에 휩쓸렸던 아티스트와 팬에 대해 진정성 있는 설명 등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편, 카카오와 하이브가 내놓을 구체적 협력 방안이 국민연금 등 주요 주주와 소액주주들의 공감을 끌어낼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양측은 큰 틀에서 합의점을 찾고 세세한 부분에 대한 검토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카카오는 주식 공개매수를 성사시키는 데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