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IB와 비교해 여전히 경쟁력 낮아
“겸업화 대응 위한 한국형 IB 업무범위 확대해야”
국내 투자은행(IB)이 지난 10년간 양적 성장에 비해 질적 성과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단기 고수익 창출형 구조를 제고해 한국형 IB의 업무범위를 확대하고, 해외 진출 활성화를 위해 건전성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14일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금융투자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 세미나’를 통해 “국내 IB는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제도 도입 후 괄목할만한 양적 성장을 이뤘다”며 “그러나 질적 성과는 다소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국내 IB 자기자본 규모는 2011년 35조 원에서 2022년 77조 원으로 10년만에 약 2.2배 가량 성장한 것으로 파악된다. 순영업수익도 2011년 1조7000억 원 수준에서 지난해 6조9000억 원으로 4배 가량 뛰었다.
다만 해외 IB와 비교해 자기자본 규모 및 주식발행시장(ECM)·채권발행시장(DCM), M&A 주관 부문 순위는 매우 낮다는 평가다. 국내 9개사를 포함한 42개 IB 중 글로벌 자기자본 순위가 가장 높은 곳은 2021년 32위로 10년전과 동일한 순위를 기록했다.
아시아 지역 IB들과 비교해도 국내 IB 부문 경쟁력이 매우 낮다는 평가다. ECM·DCM 부문에서 상위권은 대부분 중국계가 차지하는 가운데 국내 IB는 20위, 27가 가장 높은 순위를 나타넀다. 특히 M&A 주관 순위는 66위, 79위가 가장 높아 매우 낮은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종투사는 해외 주요 IB와 비교하면 수익성은 다소 낮고 수익구조가 쏠려있다는 진단이다.
이효섭 선임연구위원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 해외IB는 기업금융 및 해외진출 확대, 혁시벤처기업 모험투자 확대를 통해 높은 자기자본이익률(ROE)을 실현했다”며 “한국 종투사의 ROE는 미국계 IB와 비교하면 다소 낮은 수준”이라고 전했다.
이어 “해외 !B의 채권·외환·상품(FICC)의 비중이 줄어든 것과 달리 국내 종투사의 자기매매·위탁매매 비중은 전체의 3/4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증권사 규모별로도 사업구조에 차별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대형 종투사(3조 원 이상), 중형사(1~3조 원), 소형사(1조 원 미만)의 수익구조는 위탁매매, 자기매매, IB, 자산관리 면에서 비슷한 비율을 나타내고 있다.
모험자본 공급도 다소 부족하다고 봤다. 2022년말 종투사 기업신용공여 잔액은 약 18조 원으로 자기자본의 35.2%를 차지했다. 그러나 종투사 기업여신 중에서 SPC 및 부동산 관련, 대기업·중견기업 여신 비중이 높았다. SPC 여신 및 부동산 관련 여신 비중이 57.4%, 32.6%를 차지했다. 대기업·중소기업 여신 비중은 49.6%, 중소기업 여신 비중은 50.4%로 집계됐다.
특히 종투사 육성 취지와 달리 단기 고수익 창출을 위한 영업에 매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연구위원은 “초대형 IB 육성을 위해 순자본비율 도입 등 각종 규제 완화를 도입했으나, 종투사들은 단기 수익증대를 위해 ELS·DLS 발행 및 부동산 PF 채무보증을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한국형 IB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5가지 산적한 과제를 해결해야한다고 조언했다. △겸업화 대응을 위한 한국형 IB의 업무범위 확대 △디지털화, ESG 등 뉴노멀에 적극 대응 △해외진출을 통한 글로벌 경쟁력 강화 △기업금융 역량 강화 △체질 개선 및 신뢰 회복을 통한 내부역량 강화 등이다.
이 연구위원은 “한국형 IB는 법인지급결제, 특화은행, 수탁 등 업무범위 확대를 통해 IB, CB의 시너지가 가능하다”며 “단 은행업 본질적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 금융안정과 소비자보호 제고를 위한 규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성과 보상 체계를 단기 회사 이익 중심에서 중장기 고객 이익중심으로 개선해야 한다”며 “초대형 IB 업무와 해외진출 활성화 취지에 맞춰 건전성 규제 개선을 검토해야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