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50년 전과 비교해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85배가량 늘고, 수출은 153배 이상 증가하는 등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룬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5일 상공의 날 50주년 기념 주간을 맞아 ‘한국경제와 우리 기업의 50년 변화와 미래 준비’ 보고서를 발표했다. 한국은행, 통계청,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내외 경제 데이터를 통해 ‘제1회 상공의 날’이 개최된 1974년 당시와 현재의 한국경제의 달라진 변화상을 비교·분석했다.
1970년대는 삼성전자(1969년 설립)와 현대차(1967년 설립), 포스코(1968년 설립) 등 국내 대표 기업들이 본격 성장한 시기다.
대한상의는 분석 결과 힌국의 GDP 규모는 1974년 195억4000 달러에서 지난해 1조6643억 달러로 85.2배 상승했다. 같은 기간 1인당 GDP도 563달러에서 3만2236달러로 57.2배 증가했다.
전 세계 GDP 순위도 30위에서 10위로 상승했다. 1974년 당시 대한민국의 GDP 순위는 베네수엘라(25위), 인도네시아(26위), 나이지리아(29위)보다 낮았다.
대한상의는 한국경제 성장의 배경에 기업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다고 밝혔다. OECD 자료 분석 결과 50년간 국내기업 투자가 국가 경제(GDP)에 기여한 비중은 평균 20.0%였다. 미국 10.8%, 일본 16.6%, 영국 10.7%, 독일 12.1%, 프랑스 11.6%, 캐나다 10.7%, 이탈리아 10.3% 등 주요국(G7)보다 높았다.
시계열로 보면 기업투자가 성장(GDP)에 기여한 비중은 우상향 추세를 보였다. 기업투자는 수출 100억 달러를 돌파한 1977~1978년과 서울올림픽 개최 직후인 1989~1990년에 크게 상승했다. 2차 석유파동(1979년), IMF 외환위기(1997~99년) 등 경제위기에는 다소 주춤했으나 곧바로 회복했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장은 “한국경제 성장의 중심에는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부단히 노력한 기업들이 있었다”며 “올해 한국경제의 성장률이 1%대로 전망되는 등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이럴 때일수록 기업들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갈 기술개발과 효율적인 투자를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50년간 한국경제의 산업구조는 농림어업 중심에서 제조업 중심으로, 제조업 중에서는 경공업 중심에서 반도체 및 금융·서비스 중심으로 바뀌었다.
대한상의가 통계청 경제활동 별 성장기여율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산업화 초기인 1970년대 초반(1971~75년) 주력산업은 농림어업(13.8%), 종합상사 등 도소매업(13.6%), 섬유(11.6%), 백색가전(4.2%) 등이었다. 최근 5년(2017~21년)의 산업구조는 반도체, 휴대폰 등 컴퓨터전자업종(23.9%), 금융보험(13.7%), 정보통신 및 사업서비스(8.5%) 등으로 바뀌었다.
조성훈 연세대 교수는 “노동집약적 저부가가치 산업에서 반도체, 자동차 등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안착한 우리나라 산업고도화 과정은 전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기 어려운 우수 사례”라며 “향후 진정한 선진 경제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친환경 및 첨단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혁신적 민간기업이 경제를 이끄는 패러다임의 변화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수출 규모 역시 급증했다. 1974년 당시 우리나라의 수출 총액은 44억6000달러에 불과했으나 3년 만인 1977년에 수출 100억 달러를 달성했다. 1981년에는 수출 200억 달러를 돌파했다. 6년 후인 1987년에는 그 두 배인 400억 달러를, 1995년에는 10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지난해 수출액은 6835억8000달러로 50년 전과 비교해 153.3배 상승했다.
한국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도 1974년 0.53%(세계 39위)에서 2021년 2.89%(7위)로 크게 올랐다. 특히 반도체 9.8%(세계 4위), 조선 17.7%(2위), 자동차 5.3%(5위), 석유화학 9.9%(2위), 디스플레이 8.8%(3위), 철강 4.7%(4위) 등 수출 주력산업이 세계무대에서 선전했다.
지난 50년간 주요 수출 대상국과 수출상품도 크게 바뀌었다. 1974년 주요 수출 대상국은 미국(33.4%), 일본(30.9%), 독일(5.4%) 등 냉전 시대 우방국에 편중됐으나 지난해 중국(22.8%), 미국(16.1%), 베트남(8.9%) 등으로 다양해졌다. 주요 수출상품도 섬유(36%), 가전(10%), 철강(5%) 등에서 반도체(13%), 자동차(11%), 석유(9%) 등으로 고도화됐다.
송의영 서강대 교수는 “12개월 연속 무역적자가 나타나는 등 최근 수출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는 상황”이라며 “증가하고 있는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응해 원자재 수입처 다변화와 신시장 개척을 시도하고 반도체, 의약품 산업의 업그레이드와 전기차·태양광·원전 등 친환경 산업 및 콘텐츠·헬스케어 등 서비스 산업에서의 수출 확대에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의 혁신투자도 크게 늘었다. 국가 전체의 투자총액이 1974년 21조3000억 조원에서 지난해 568조4000억 원으로 26.7배 오르는 동안, 민간부문이 지식재산생산물에 투자한 금액은 2545억 원에서 120조7000억 원으로 474배 증가했다. 전체 투자액 대비 민간 지재물 투자 비중은 50년 전 1.2%에 불과했으나 현재는 21.2%를 차지한다.
GDP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비중은 1976년 0.42%에서 2021년 4.96%로, 이스라엘에 이어 세계 2위를 차지했다. 2021년 R&D 투자액 102조1000억 원 중 민간이 투자한 비중은 76.4%(78조 원)였다.
일자리 수도 급증했다. 1974년 임금 근로자 수는 444만4000명이었으나 지난해 2150만2000명으로 늘었다. 대한상의는 기업이 지난 50년간 1706만 개, 매년 평균 34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분석했다.
신관호 고려대 교수는 “최근 주요국들이 반도체 등 전략적으로 중요한 물품을 생산하는 자국 기업에 천문학적인 돈을 지원하며 신산업 기술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며 “우리도 혁신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정부의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지난 50년간 우리 기업들은 국가 경제 성장의 주역으로 당당히 역할을 해냈다”며 “이제 국민은 기업이 단순히 세금을 잘 내고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역량을 발휘하여 사회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바라는 만큼 우리 기업인들도 새로운 기업가정신을 발휘해 다가올 100년을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