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 사태로 또 한 번 규제프레임워크 가져올 것"
박기영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 터지고 있는 글로벌 은행 사태로 인해 기준금리 결정에 변수가 더 많아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박기영 금통위원은 16일 삼성본관 17층 대회의실에서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통화정책 효과와 중앙은행 커뮤니케이션'을 주제로 강연한 뒤 최근 SVB 파산과 크레디트스위스 사태로 인한 다음 금통위 영향에 관한 질문에 "금통위를 앞두고선 항상 고차 방정식을 풀고 의사결정을 내린다는 생각이 든다"며 "최근 일주일을 보면 지금까지는 한 5차 방정식이었다면, 7차 8차로 미지수가 늘어나는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늘 유럽중앙은행(ECB), 다음 주 미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금리 결정이 나오면 미지수가 2개 늘어나는 것 같지만, 지금 상황 자체가 그 미지수가 나오면서 답이 나오고 또 다른 시장이 어떻게 될지 새로운 미지수가 생기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내달 금통위에선 연준 금리 등이 우리나라에 어떻게 파급되는지도 중요하지만 결국 우리나라 물가와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주요 변수로 볼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박 위원은 금통위원이 아닌 경제학자의 관점에서 이번 사태에 대한 아쉬운 점도 밝혔다. 그는 "처음에는 SVB가 미국 국채 등 안전 자산을 갖고있는데 왜 망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자율 헤지를 안 했다든지 기본적인 것을 놓쳤다"며 "이게 또 한 번 규제 프레임워크를 가져오지 않을까 싶다"고 강조했다.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둔화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 피봇(금리인상에서 금리인하로 변경)에 대한 생각을 묻자 그는 "개인적으로는 아직 금리인하를 생각해 본 적은 한번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3월이 되면 물가가 많이 떨어질 것이란 예상을 하는데, 이는 기저효과로 인한 것"이라며 "당분간은 근원물가를 보는 게 더 중요하다"고 답했다.
한은에선 기준금리를 올리는데 금융당국이 시중은행에 대출이자를 내리라고 압박하면서 통화 정책 효과가 훼손되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는 "장기로 보면 좋겠다. 작년 8월부터 1년 반 동안 300bp를 올리면서 시장 금리도 다 같이 따라왔다"며 "통화정책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건 아니다"고 했다.
이어 박 위원은 "(대출금리 인하 압박이) 부동산 시장의 경착륙을 막는 측면에서만 본다면,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과 상호 보완적인 면도 있다"며 "한은이 금융안정에 대한 우려를 조금 덜면서, 물가 잡기에 더 충실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가계부채에 대해선 심각한 인식을 갖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사실 가계부채가 우리나라의 성장 동력을 훼손하는 측면이 매우 크다"고 진단했다. 이어 "단기적으론 부동산 시장 경착륙을 막는 것도 고려해야 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디레버래징(가계부채 축소)를 고민 안 할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이 은행권 금리 산정에 개입하는 것과 관련해선 "개입할 근거는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은행 역할은 지급 결제 서비스 등 공공성이 있고, 은행이 망했을 때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과점 형태가 됐다"며 "그 시장 지배력 이용해서 대출금리를 높게 책정하는 지란 의문이 생길 수 있다. 시장의 공정 경쟁과 소비자 보호 측면에선 금리 산정이 적절한지 과도하지 않은지 개입할 근거는 있다"고 설명했다.
또 "과점으로 대출금리가 얼마나 올랐는지에 대한 연구결과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