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부장 등 공급망 회복·기업 교류 등으로 경제적 효과↑…일각선 '효과 미미' 전망도
이번 한일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 관계가 개선됨에 따라 '경기둔화'를 겪고 있는 우리 경제에도 '훈풍'이 불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근 3년간 일본과 잃어버린 경제 효과가 총 20조 원에 달한다는 분석까지도 나왔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경제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1박 2일간의 일본 방문을 마치고 17일 귀국했다. 이번 방일은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12년 만의 양자 차원 방문이다. 윤 대통령은 첫날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총리 관저에서 정상회담을 가졌고, 둘째 날엔 일본 정·재계 인사들과 만나는 일정 등을 소화했다.
정부는 이번 윤 대통령의 방일을 계기로 재무·통상 등 경제 주요 분야의 협력 채널이 복원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윤 대통령의 방일 하루 전인 15일 브리핑에서 "일본과의 관계가 소원해지면서 이미 우리 경제에는 상당한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며 "2019년부터 3년간 일본과 잃어버린 경제 효과가 총 20조 원에 달한다는 분석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방일로 가장 먼저 기대되는 가시적인 효과는 일본이 한국에 대한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를 해제함에 따른 소재·부품·장비(소부장)의 공급망 회복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이번 한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국에 대한 반도체 핵심 소재 3개 품목(불화수소·불화 폴리이미드·포토레지스트)의 수출 규제를 해제하기로 했다. 이에 우리 정부도 일본 측의 3개 품목 조치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취하했다.
한국의 주력 수출 산업인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 공정에 쓰이는 소재 품목의 수입이 활성화됨에 따라 최근 심화되고 있는 공급망 불안도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6일 "이번 정상회담에 맞춰 신속하게 추진된 수출규제 해제는 양국 기업 간 교류를 다시 활성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도 "원천기술이나 노하우 등 일본이 강점을 가지고 있는 소재, 부품, 장비 분야에서 양국 간 상호협력, 기술교류 등을 통해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소부장 관련 대일 수입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만큼 일본의 수출규제 해제로 주력 산업의 공급망 안정성 제고는 물론 한일 양국 간 투자, 교역 등 경제 협력이 확대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소부장 외에도 배터리, 전기차 등 양국 기업의 교류가 활발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17일 양국 경제인이 모인 '한일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해 "디지털 전환, 반도체, 배터리, 전기차 등 미래 첨단‧신산업 분야에서 협력이 필요하다"며 "양국 정부는 여러분이 마음 놓고 교류하고, 혁신적인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한일 관계 개선으로 한국을 찾는 일본인 관광객이 회복될 경우, 국내 경제에 5조 원이 넘는 생산유발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15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방한 일본인 관광객이 10년 전인 2012년 수준으로 회복되면 국내 관광산업 활성화로 창출되는 생산유발 효과가 5조2000억 원에 달할 전망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한일 경제 협력이 당장 가시적인 효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소부장의 경우, 일본이 3대 핵심 품목 수출을 규제하면서 초기에는 어려움을 겪었지만, 우리 정부에서 국산화를 추진함에 따라 수출 규제에 따른 영향력이 줄어들었다는 이유에서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회재 의원이 산업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불화수소의 대일 수입 비중은 규제 이전인 2018년 41.91%에서 2022년 7.68%로 34.23%포인트(p) 급감했다. EUV 포토레지스트의 대일 의존도 50% 이하로 낮아졌으며, 100대 소부장 핵심 전략기술 관련 수입액 중 일본 비중은 2018년 32.6%에서 지난해 21.9%로 10.7%p 감소했다.
기업분석 전문 한국CXO연구소는 16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국내 전자업종 상위 100곳의 매출이 2019년 271조3000억 원에서 2021년 352조5000억 원으로 약 30% 증가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100대 전자업체의 영업이익은 16조9000억 원에서 50조2000억 원으로 약 200% 급증했다. 일본의 수출 규제가 한국 소부장 산업의 경쟁력을 오히려 더 빨리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