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후] 사찰 문화재 구역 입장료 폐지 유감(有感)

입력 2023-03-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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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면 올해 5월부터 사찰 문화재 구역 입장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기자는 정식 공부한 적은 없는 '사이비' 불교신자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을 따라 절에 가면 마음이 편해지는 기분을 느끼면서 자연스럽게 불교에 마음을 둔 것 같다. 사실 중학교 때 누나 따라 교회도 몇 번 가봤는데 영 내키지 않기도 했다. 커서는 불교신자인 아내의 영향으로 완전한 불교신자로 거듭났다. 최근에는 금강경을 읽고 있다.

대학을 다닐 때 주말이면 부모님과 운동 삼아 속리산 등산을 하곤 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속리산 정상인 문장대를 오르기 위해서는 법주사를 지나가야 한다. 그래서 법주사를 들리지 않더라도 입장료를 내야 했다. 등산 만을 위해 법주사를 지나가는 사람들은 산 입구에서 법주사는 가지도 않는데 절에서 돈을 왜 받느냐고 법주사 직원과 언쟁을 벌이거나 내고 나서도 욕을 하면서 지나갔다. 이때부터였다고 생각이 되는데 나름 불교신자로서 입장료를 받는 불교계에 불만이 많았다. 입장료로 인해 불교신자도 싸잡아서 욕을 먹기 때문이다. 불교신자인 아내도 나의 의견에 공감했다. 얼마 전에는 경주 불국사를 갔다가 깜짝 놀랐다. 입장료가 너무 비쌌기 때문이다. 아내와 둘이 만 원이 넘었던 거로 기억한다.

올해 초에 조계종에서 문화재 관람료 전면 폐지를 추진한다는 기사를 읽으면서 이제는 욕을 안 먹어도 되겠다고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 주말, 전라남도 구례를 간 김에 갑자기 기사가 생각나서 이젠 화엄사도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고 아내에게 얘기하면서 입구로 들어갔다. 그러나 웬걸, 화엄사 소속 직원으로 보이는 분이 차를 가로막고 입장료를 내라고 하는 게 아닌가. 이제 입장료를 안 받는다고 알고 있는데 아니냐고 하니 아직은 아니라며 손을 내밀었다. 결국, 입장료를 내고 들어갔는데 절을 돌아보며 찜찜한 마음이 있었다. 굳이 불교신자가 아니라도 주로 산속에 있는 절에 오면 마음이 편해지고 속세에 찌든 몸과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입구에서 얼마 되지 않는 돈으로 이러쿵저러쿵하고 절에 들어오면 기분이 좋을 수가 없다. 기자의 경우 입장료를 내도 대웅전에서 절을 하고 불전함에 더 많은 돈을 넣는다. 돈 문제가 아닌 셈이다.

돌아와서 확인해보니 지난해 5월 사찰처럼 국가지정문화재 민간 소유자나 관리 단체가 문화재 관람료를 감면할 경우 감면 비용을 국가가 지원하도록 한 문화재보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고 올해 5월부터 시행된다고 한다. 선운사는 올해가 '고창 방문의 해'라 이벤트성으로 무료화를 한 것이었다. 물론 5월부터 당장 폐지가 될지는 미지수인 것 같다. 조계종은 4월까지 여러 조사 용역 등을 거쳐 관람료 전면 폐지를 목표로 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늦었지만, 관람료를 빨리 폐지해서 이제는 욕을 먹지 않는 불교계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관람료와는 조금 다른 얘기지만 전에 강원도에 여행을 가면 항상 들렸던 화암사가 언제부터인지 주차장을 만들더니 주차료를 받고 있다. 이 절은 관람료가 없으면서 속초 시내에서 가깝고 경치가 좋아 자주 갔다. 특히 절에서 운영하는 찻집에서 솔잎을 발효시킨 송차를 마시면 장시간 운전으로 지친 몸과 마음이 회복되는 기분이 든다. 물론 주차료를 내고 들어가면 되지만 사람 마음이 그렇지가 않다. 그래서 화암사 대신 강원도 고성에 있는 건봉사로 운전대를 돌린다. 건봉사는 화암사와 비교해 규모가 크고 역사 있는 절이지만 관람료는 물론 주차료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이참에 조선왕릉 입장료도 없애면 어떨까. 조선 시대 역사 공부에 왕릉만 한 게 없는데 입장료만 안 받아도 지금보다 관람객이 2배는 늘 것이라고 장담한다. 입장료가 얼마인 게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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