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대통령실은 19일 한일정상회담에 대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호응해야 한다는 압박여론이 조성되는 계기가 됐다는 분석을 내놨다. 윤석열 대통령이 강제징용 배상 문제 해법을 제시하면서 한일관계 개선이 시작된 만큼 기시다 총리가 이에 걸 맞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우회적인 요구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청사에서 브리핑에 나서 16~17일 윤 대통령의 방일 일정을 언급하며 “한일관계에서 한국이 상대적으로 주도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며 “윤 대통령이 정치지도자로 한일관계를 위한 중요한 결단을 내렸고 기시다 총리가 호응해야 한다는 여론이 한일 양국에서 일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대변인은 “미국 유엔(UN·국제연합)에서도 기시다 총리가 호응하면 한일관계에 큰 변화가 올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며 “기시다 총리가 적절히 호응하면 한일과 한미일이 국제사회에서 경제·안보 변화를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그는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방일 기간 만난 아소 다로 전 총리를 비롯한 일본 정치지도자들이 강제징용 해법 제시 결단을 높이 평가한 점, 한일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에서 만난 양국 재계 인사들이 경의를 표한 점을 거론했다.
대통령실 관계자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만난 일본 정치인은 모두 12명으로, 이 중에는 오부치 게이조 전 총리의 딸인 오부치 유코 의원도 포함돼있다. 기시다 총리는 강제징용 사과를 갈음해 계승하겠다고 밝힌 게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이다. 윤 대통령은 또 일본 야당 의원들도 만나 환대받았다.
이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굴욕 외교’라 비판하는 데 대해 이 대변인은 “야당의 비판을 보면 실망스럽다. 역사의 큰 흐름이나 국제질서의 판을 읽지 못하고 지엽적인 문제를 제기하거나 과도한 용어를 동원해 정치적 쟁점을 만든다고 국민들도 생각할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한일 정치권 교류가 활발해질 것이다. 국민의힘 의원들의 방일이 예정돼있고 야당 의원들도 동참해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외교는 기본적인 원칙이 상호주의로 하나를 주면 하나를 받는 것이고, 그렇게 하라는 게 한일 여론”이라며 “정치인들이 나서 ‘윤 대통령이 결단했으니 기시다 총리도 호응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여론을 수렴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같은 여론전이 필요한 건 한일 셔틀외교 복원 선언에 따라 기시다 총리가 연내 방한할 공산이 커서다. 이 때에 열리는 정상회담을 통해 공동선언을 마련하고 실질적인 합의사항들을 제시할 텐데, 이를 위한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기시다 총리에 대한 압박여론이 필요한 것이다.
이 때문에 이날 서울 국무총리 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에서도 여론전의 중요성과 일본 정부에 대한 호응 촉구가 나왔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일본과의 새 협력관계를 국민에 적극 홍보하고 알리도록 당정의 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주호영 원내대표는 “강제징용 배상 문제 해법의 성공 여부는 이제 시작으로 양국의 노력에 달려있다. 일본 정부와 기업도 과감한 조치를 취하길 촉구한다”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