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금융당국, 고정금리 대출 기준치 미달되면 '패널티' 준다

입력 2023-03-2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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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시기 대출 차주 상환 부담 절감 방안
은행 "취지 공감하지만, 소비자 선택권 강제할 수 없어" 우려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가계대출에서 고정금리 비중이 일정 수준 이하일 경우 ‘페널티(불이익)’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은행 가계대출의 76%가 변동금리인데, 금리 상승기에 차입자의 상환 부담이 커져 연체로 이어지는 고리를 끊기 위한 조치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대출 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비공개 연구를 진행 중이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금융연구원이 별도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관련 내용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가계대출 건전성 강화를 위해 고정금리대출 비율을 늘리는 제도 개선책을 논의 중”이라며 “고정금리 대출 의무 비율을 선정하고 인센티브나 페널티를 부과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의 반발이 예상되는 만큼 구체적인 페널티 내용에 대해서는 숙고하고 있다. 기준치를 맞추지 못하면 신사업 인허가 등에서 불이익을 주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현재 인터넷은행의 경우 매년 중금리대출 비중을 정해놓고 목표 달성을 하지 못하면 신사업 인허가 시 불이익을 주고 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을 보면 은행권 전체 가계대출에서 변동금리로 취급한 비중(잔액 기준)은 1월 말 기준 75.8%에 달한다.

고정금리 비중 확대를 위해 당근책도 마련한다. 가령 예대율 완화나 신보 출연료 우대 등이다.

당국은 ‘고정금리 전세대출(고정형전세)’ 상품 출시도 검토 중이다. 은행채 2년물을 기준으로 가산금리를 붙이는 식이다.

현재 5대 시중은행 중 하나은행을 제외한 KB국민·신한·우리·NH농협은행에서 자체적으로 고정형 전세 상품을 취급하고 있다.

하지만 고정형 전세 상품이 다양하지 않은 데다 주력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이용 빈도가 낮은 상황이다. 은행 전세자금대출은 변동금리 비중이 약 92%에 달한다.

 

시장금리 상승 시 전세 세입자의 금리 부담도 가중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고정금리 비중을 높여 전세 세입자의 금리상승 위험을 경감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당국의 판단이다.

 

은행들은 취지에 공감하지만 페널티까지는 과하다고 지적한다. 무엇보다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할 소지가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실거주 목적으로 주택구입자금으로 대출을 받는 고객들은 5년마다 바뀌는 고정금리를 선호하고 단기 생활안정자금을 필요로 하는 대출자는 변동금리를 선호한다”며 “금리 하락기를 예측하는 고객은 변동금리를 선택하기도 하는 등 고객마다 선호하는 금리 상품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당국이 페널티를 통해 고정금리 대출을 강제할 경우 상품 간 금리차가 발생하면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변동금리 상품을 선택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구체적인 페널티 기준이 나와야겠지만, 기본적으로 당국은 금리가 고공행진을 할 거라고 예상해서 고정금리를 유도하는 건데 고객들은 내려갈 것을 예상해서 변동금리를 선택할 수도 있다”며 “이 부분을 감안해 구체적으로 별도의 기준을 합의 또는 건의를 통해 서로 맞춰가는 조정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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