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대 사회초년생 A 씨는 최근 출·퇴근 시간과 점심시간을 활용해 걷기 운동을 하고 있다. 건강도 챙기고 최근 은행에서 가입한 적금의 우대금리도 챙기기 위해서다. A 씨는 걷기 운동을 통해 우대금리를 챙길 수 있는 적금 상품만 3개를 골라서 가입했다. 납입 한도가 월 20만~30만 원 수준으로 적은 것이 단점이지만, 평균 금리만 연 10%에 달했다.
A 씨처럼 최근 고금리 적금 상품에 가입하는 금리 노마드족이 늘고 있다. 은행권의 정기예금 금리가 추락하고 있는 영향 때문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연 3.43~3.55% 수준이다. 지난해 말 금리가 연 5%대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석 달 새 1.5%포인트(p) 이상 하락한 셈이다.
정기예금 금리 추락에 실망한 금리 노마드족은 고금리 적금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일각에선 우대금리 조건이 까다로운데다 월 납입한도가 적어 미끼 상품으로 불리지만, 사회초년생을 비롯한 청년층에서는 소액으로 목돈을 만들기 위해 매력적인 상품으로 꼽힌다.
가장 주목받는 것은 걸을 수록 우대금리를 받는 워킹적금이다. 대표적으로 우리은행의 '데일리워킹적금', KB국민은행의 'KB 온국민 건강적금', 웰컴저축은행의 '웰뱅 워킹 적금'이 꼽힌다.
'데일리워킹적금'은 기본금리가 연 1% 수준이지만, 우대금리가 10%p에 달한다. '우리WON뱅킹' 앱 내 만보기 기능을 통해 매일 1만 보를 걷고 미션을 완료하면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다. 일 1만 원까지 납입이 가능한 6개월 만기 상품이다. 이 상품은 지난해 출시돼 조기완판 되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데일리워킹적금'은 지난해 출시 후 22만 명의 가입자를 유치하며 인기를 얻어 올해 시즌2 상품을 내놓은 것”이라며 “올해도 고금리 제공에 건강까지 지킬 수 있어 꾸준한 고객 호응을 얻고 있는 적금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KB 온국민 건강적금'은 월 최대 20만 원까지 납입 가능하며, 월 10만 보를 걸으면 우대금리 3%p를 적용해 최대 연 8% 금리를 제공한다. 만 60세 이상은 월 5만 보만 걸어도 우대금리가 동일하게 적용된다. 6개월 만기 상품으로 6월 14일까지 판매된다.
'웰뱅 워킹 적금' 역시 월 최대 20만 원까지 납입할 수 있으며, 12개월 만기 상품이다. 기본금리 연 1%에 6회 이상 자동이체 이용 시 1%p의 우대금리를, 연 걸음 수에 따라 8%p의 추가 우대금리를 제공한다. 최대 우대금리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연 500만 보를 걸어야 한다. 월 4만 보 이상을 걸어야 하는 셈이다.
걸음 수가 우대금리에 영향을 끼치다보니 2030세대에서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각종 팁도 오가고 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페이크 워킹머신으로 굳이 걷지 않아도 만보기를 올릴 수 있다"며 "1만 원도 채 하지 않는 이런 기계 하나만 장만해도 연 10% 이율을 받을 수 있다"고 소개했다.
게임을 즐기는 2030세대를 겨냥한 고금리 적금 상품도 있다. 신한은행의 '신한 꺾이지 않는 DRX 적금'은 리그오브레전드(LoL) 게임을 즐기는 이들을 위한 적금 상품이다. 기본금리 연 2.5%에 e스포츠팀 DRX의 LoL 성적에 따라 우대금리를 연 6.5%p까지 적용해 최고 연 9.0%의 금리를 제공한다.
이 적금 상품은 DRX팀의 LoL 챔피언스 코리아 시즌 결과와 월드 챔피언십 성적에 따라 우대금리를 추가 적용받는다. 적금 가입자들은 DRX팀을 응원하면서 재테크까지 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기예금 금리가 하락하면서 청년층을 중심으로 재미나 건강까지 챙기면서 목돈을 마련하려는 금리 노마드족이 고금리 적금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과거에 고금리 적금 상품 들의 우대금리 요건이 매우 까다로웠는데, 최근에 출시되는 상품들은 점차 그 요건도 다소 낮아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