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 나비효과…이달 예정이었던 중간보고회 일정 미뤄
대전광역시가 ‘대전에 본사를 둔 기업금융중심은행’ 설립을 위한 작업에 본격 착수한 가운데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등으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작업 추진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3일 대전시 및 금융권에 따르면 3월 중 예정이었던 기업금융중심은행 설립 중간보고회 일정이 다음 달로 미뤄졌다. 은행의 연구용역 진행 상황이 아직 보고할 만한 단계가 아니고 SVB 사태 등으로 금융환경이 변화한 만큼 전문가들을 초빙해 은행설립·운영 방향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서다.
4월 중 열릴 중간보고회는 사실상 비공개 실무회의 형태로 진행될 예정이다. 앞서 2월 열린 연구 용역 착수보고회와 달리 전문가를 초빙해 은행의 운영 방향 등을 비공개로 논의할 계획이다. 대전시 관계자는 “SVB 사태 등 대외 금융환경 요인도 있고 금리 향방도 살펴봐야 한다”며 “4월에는 실무자 중심으로 회의를 개최해 전문가들의 판단을 들어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기업금융중심은행은 윤석열 대통령의 지역공약이자 이장우 대전시장의 핵심 공약사업으로, 대전에 본사를 둔 ‘맞춤형 벤처투자 전문금융기관’을 목표로 설립을 추진 중이다. 대전시는 기업금융중심은행 설립 전까지 여신금융전문업법상 신기술금융회사인 ‘대전투자청’을 설립해 대전시 주력산업 분야에 집중 투자하고 기술력이 있는 지역기업에 저금리 여신을 제공할 예정이다.
이와이컨설팅이 연구 용역을 맡아 지역 여건과 금융환경 변화를 반영한 사업모델을 설계하고 있다. 특화전문은행, 신규 금융지주 설립, 기존 금융기관 유치 등 여러 은행 설립방안을 두고 방안별로 실현 가능성과 벤처 산업 지원 효과 등을 따져 대전시에 적합한 방향을 상반기 중 제시할 예정이다.
앞서 올 1월 이장우 시장은 SVB에 대전투자청 설립 시 출자 참여를 제안하고 향후 상호협력과 투자자문 등 지원을 요청했다. 당시 정식제안서 전달을 앞두고 있었지만이후 SVB 파산사태로 무산됐다. 은행과 투자청 설립 추진 속도가 줄어드는 것 아닌지 우려가 제기되는 배경이다.
4월 실무자 중심 비공개 회의에서도 이 부분에 대한 논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SVB 파산 원인 분석, 기업금융중심은행 안정성 확보 방안 등이 논의될 예정이다. SVB 파산이 급격한 예금인출 ‘뱅크런’에 따른 결과인 만큼 여신업무보다 투자에 집중하고, 벤처캐피탈(VC)을 통해 간접적으로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은행 설립 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인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은행 설립은) 아직 초기 단계이고 또 금융환경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SVB는 참고 정도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윤 의원은 “벤처캐피탈 형태의 대전투자청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서 ‘대덕밸리’ 벤처기업을 타겟으로 한 은행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