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의 2700여 개 키위 농가들은 품질개발과 판매처 확대를 위한 협력의 필요성을 느끼고 1997년 제스프리를 만들어 유통과 마케팅, 나아가 수출까지 모두 제스프리를 통해 이루어지도록 하였다. 이를 통해 생산자는 양질의 키위 생산에 집중하고, 제스프리는 품종개량 연구와 유통, 수출을 전담하여 그 수익을 다시 주주로서 참여 중인 농가에 배당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였다. 오늘날 제스프리는 뉴질랜드를 넘어 제주도 등 해외까지 생산지역을 확장하고, 전 세계를 대상으로 키위를 수출하여 매년 1조5000억 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우리 수산업계에도 제스프리처럼 현장의 수산인들이 중심이 되어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하는 노력이 일어나고 있다. 바로 수산물 자조금 단체이다. 자조금이란 수산업 단체 스스로 기금을 조성(自助)하여 품목의 소비촉진과 품질향상 등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이 기금을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동일한 품종의 업·단체들이 눈앞의 작은 이익보다는 더 큰 공동의 이익을 위하여, 또 미래의 지속 가능한 수익을 창출하기 위하여 힘을 모으는 것이다.
수산 자조금 사업이 처음 시작된 분야는 김이다. 2004년 김 양식 어가와 마른김 가공업체들이 힘을 모아 김 산업 발전을 위한 기금을 조성하여 김 양식시설을 개선하고 김 브랜드를 홍보 작업을 시작했다. 이후 지역과 참여 업·단체를 확대한 ‘김’ 자조금 단체는 우량종자 보급과 자동화 건조 기기 확산, 소비 촉진을 위한 판촉 행사 및 식품 전시회 참여와 같은 홍보 활동 등을 전개했다. 이 같은 노력의 결실로 김은 명실공히 수산물 1등 수출 품목으로 거듭나게 된다.
특히 올해부터는 김, 전복, 광어, 메기, 향어 등 8개 단체가 기존 희망 회원만 참여하던 방식에서 해당 품목의 모든 수산업자가 참여하는 의무자조금으로 본격적으로 전환하게 된다. 이를 통해 우리 수산업계가 협력과 상생의 힘으로 한층 더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도 ‘수산물 자조금 단체 경쟁력 강화방안’을 수립하여 자조금 단체들의 활동을 체계적으로 뒷받침할 예정이다.
우선, 자조금 단체의 자율성을 강화하는 데 주력한다. 자조금 운영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수산물 수급 문제가 없더라도 의무적으로 수급 조절 사업에 자조금을 40% 배정해야 했던 기존의 사업지침을 개정하여 유연하게 자조금 사업을 운영할 수 있게 했다. 앞으로는 품목의 특성에 맞춰서 단체별로 꼭 필요한 사업을 중심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편한다.
의무자조금 단체들의 회원 확대를 유도하기 위해 해당 품목의 생산 비중이 전국 대비 80% 이상을 달성한 단체를 ‘모범자조금’으로 지정하여 추가적인 인센티브도 제공한다. 아울러 생산자 중심에서 가공, 유통, 수출 등 연관산업에 종사하는 사업자까지 자조금 조성과 운영에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체계를 개편하고, 공동 마케팅 등 품목별 단체 간 협력 사업을 통해 사업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자조금의 체제 개편 내용을 반영하여 제도개선을 추진하고, 디지털 통합관리 체계와 품목별 단체와 어업인이 이용 가능한 전산시스템 등 지원체계를 마련해 나가는 등 사업 인프라 확충 역시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 또한, 수산물 자조금의 운영과 관리를 안정적으로 지원할 수산물 자조금 전담 조직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두발자전거 타는 법을 처음 배울 때는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보조 바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부단한 노력과 연습의 시간을 거쳐 어느 순간 보조 바퀴 없이도 자전거를 능숙하게 탈 수 있게 된다. 우리 수산업계와 자조금 단체가 활성화되어 보조 바퀴 없이도 세계시장을 신나게 누빌 수 있는 역량을 갖추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