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회사 재산을 사적으로 유용하며 부당 이득을 취한 것으로 의심받는 조현범 한국타이어 회장을 구속기소했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이정섭 부장검사)는 27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배임), 업무상횡령, 업무상배임,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위반 등 혐의를 받는 조 회장을 구속기소했다. 함께 고발된 정모 상무와 박모 부장, 한국타이어 법인은 불구속기소 처리했다.
이 사건은 애초 공정거래위원회가 한국타이어 법인의 ‘부당지원 혐의’에 대해서만 검찰 고발을 했으나 이후 한국타이어 노조가 조 회장과 이모 대표이사에 대해 ‘배임 혐의’ 고발장을 접수한 사안이다. 검찰은 이후 고발요청권을 행사해 공정위로부터 두 사람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받고 수사에 나섰으나, 이 대표는 범행 가담 사실이 확인되지 않아 혐의없음 처분됐다.
검찰의 공소사실 요지에 따르면 조 회장과 정 상무는 2014년부터 2017년까지 타이어몰드 제조업체이자 한국타이어의 계열사인 ‘MKT’로부터 875억 원 규모의 타이어 몰드를 구매하며 MKT에 유리한 단가 테이블에 기초해 현저히 높은 가격을 지급해 부당지원‧사익편취 등 혐의를 받았다. MKT는 조 회장과 조 회장의 형인 조모 고문, 한국타이어가 각각 29.9%, 20%, 50.1%의 지분을 보유한 회사다.
조 회장은 또한 2011년부터 2017년까지 한국타이어 임원으로서 MKT 인수 과정에서 개인적 이익을 위해 자신의 지분을 임의 반영한 뒤 약 875억 원 규모의 타이어 몰드를 MKT로부터 구매해 MKT에 유리한 단가를 책정하는 방식으로 업무상 위임에 위배해 MKT에 약 131억 원 상당의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한국타이어에 손해를 가해 특가법상 배임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조 회장이 회사 재산을 사적으로 유용한 것으로도 보고 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 회장과 박 부장은 2017년부터 2022년까지 한국타이어와 계열사 명의로 구입 또는 리스한 ‘페라리 488 Pista’ 등 고급 외제차 5대를 사적 용도로 사용하고 법인 소속 운전기사를 조 회장의 아내 전속 수행기사로 활용했다. 이렇게 회사에 피해를 끼친 금액은 약 17억600만 원이다.
검찰에 따르면 조 회장은 자신의 집을 이사하는 데에도 회사 자금을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파견 직원 2명의 귀임 비용에 자신의 이사비용을 반영하는 식이었다. 여기에 가구 구입 비용도 한국타이어 신사옥 건설 시 지출하는 가구대금에 합산 지급해 회사 자금으로 대납했다. 이밖에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사용해 회사에 5억8000만 원을 손해를 입게 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채권회수조치 없이 MKT 자금 50억 원을 지인 운영 회사인 ‘리한’ 회사에 사적 목적으로 대여해주기도 했다.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조 회장은 직원을 시켜 자신이 사적으로 이용 중이던 법인차량 2대를 다른 장소를 옮기도록 지시해 증거은닉교사 혐의도 받았다.
검찰 측은 “최초 A 회사 법인만 고발되었으나 총수 일가인 조 회장이 계열사 지분 인수 및 몰드 단가 정책 책정 단계에서 사익을 취할 의사로 한국타이어에 불리한 의사결정을 하는 등 범행을 주도하고 구매를 담당한 임원 정 상무가 이에 적극 가담한 것을 확인해 조 회장과 정 상무에 대해 고발요청권을 행사했다”고 밝혔다.
이어 “회사 재산을 마치 자신의 재산인 것처럼 함부로 유용하고 있는 정황을 포착해 관련 혐의를 신속·명확하게 규명했다”며 “과거 그릇된 재벌의 경영 문화를 답습하고 있는 일부 재계의 후진적 행태에 경종을 울렸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