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동산 경기가 악화하면서 건설사들이 도시정비사업 수주전에서 발을 빼고 있다. 철저히 수익성 위주로 입찰에 나서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때문에 대형건설사들도 올해 국내 수주목표치를 낮추며 기대감을 내려놓고 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에도 서울 내 주요 정비사업지에서는 물밑경쟁이 이뤄지며 대조적인 모습이다.
27일 건설업계 및 증권업계에 따르면 주요 대형건설사들은 올해 국내 신규수주 목표치를 전년 대비 크게 낮췄다. 현대건설은 올해 국내 신규 수주목표를 18조6200억 원으로 잡았다. 이는 전년도 실적액인 28조2875억 원 대비 34.2% 낮은 수준이다.
GS건설은 올해 국내에서 9조5000억 원을 수주한다는 목표치를 제시했다. 이는 전년도 실적인 13조7410억 원 대비 30.8% 낮은 수치다. 삼성물산 건설부문 역시 올해 국내 신규수주 목표치(7조9000억 원)가 전년도 실적액(11조5000억 원) 대비 31.3% 내렸다. 대우건설 역시 지난해 실적보다 15% 낮춘 10조5000억 원을 올해 신규수주 목표치로 설정했다.
이처럼 건설사들이 국내 신규수주 목표치를 낮게 잡은 건 시장 하락세가 짙어지면서 올해도 사업성 악화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달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는 78.4로 집계됐다. 이 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그 이하일수록 건설경기 상황을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기업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달 신규수주 부문 전망치 역시 전월 대비 11.5포인트(p) 감소한 74.8로 예상됐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1·3대책 등 규제 완화 효과로 부동산 경기침체가 일부 완화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건설 경기는 부진한 상황”이라며 “특히 대기업들의 전망이 밝지 않아 회복세가 계속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올해 정비사업 시장은 과거처럼 ‘묻지마 수주’가 아닌 철저한 사업성 분석에 따른 ‘선택적 수주’가 될 전망이다. 실제로 최근 시공사 입찰 과정에서 경쟁사가 없어 수의계약이 이어지면서도 서울의 주요 정비사업 대어를 중심으로는 일찌감치 물밑경쟁이 나타나는 양극화 현상이 여기서도 나타나고 있다.
동작구 노량진 뉴타운에서는 규모가 가장 큰 1구역이 6~7월 시공사 선정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이곳은 이달 7일 정비사업의 7부 능선으로 불리는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았다. 재개발을 통해 전체 2992가구의 대단지가 들어서게 되는데, 현재 삼성물산과 GS건설 등이 축하 현수막을 내거는 등 사업 수주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용산구 한남 뉴타운에서는 5구역이 다음 달 서울시 건축심의 절차를 신청할 예정이다. 조합은 심의가 끝나면 곧바로 시공사를 선정하게 된다. 이곳은 재개발을 통해 최고 23층, 2555가구 규모의 단지로 재탄생한다. 지난해 인근에 있는 2구역은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의 치열한 2파전 끝에 대우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된 바 있다. 5구역은 뉴타운 내에서도 대부분 평지 지형이고, 한강 조망도 가능한 노른자 입지라 일찌감치 대우건설을 비롯한 대형 건설사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초고층 재건축이 한창인 여의도에서는 시범 아파트가 주목받고 있다. 준공 51년 차인 이 단지는 지난해 신속통합기획 재건축을 적용해 속도를 내면서 최고 65층, 2500여 가구 규모로 짓는 정비계획안을 확정했다. 여의도 재건축 1호 타이틀을 지닌 아파트인 만큼 삼성물산, 현대건설 등 8개 대형사가 수주 참여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시장에서 미분양도 여전히 발생하고 있고, 원자잿값도 올라 국내에서 정비사업의 사업성이 떨어지고 있다”며 “입지와 전망 등을 고려한 철저한 사업성을 통한 선별적 수주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