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내 구축·대형 아파트값이 들썩이고 있다. 집값 상승 선도지역인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는 물론, 서울 곳곳에서 15년 차 이상 대형 평형의 신고가 릴레이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집값 바닥론이 시장에 확산하고, 정부 금리 인상 둔화와 재건축 규제 완화안 본격 시행 등 각종 호재가 이어지자 몸값이 뛰는 것으로 해석된다.
2일 본지가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분석한 결과 2월 기준 서울 아파트 연령별 집값 변동률은 ‘5년 이하’(신축)는 1.48% 하락했지만, 반면 ‘20년 초과’ 단지는 신축보다 낮은 1.17% 하락으로 집계됐다. ‘15년 초과~20년 이하’ 단지는 0.95% 내려 1% 미만의 하락을 기록했다. 지난 1월 기준으로도 신축이 2.23% 하락할 때 20년 초과 단지는 1.85% 내려 상대적으로 낮은 하락 폭을 보였다.
아파트 규모별로 보면 대형(전용면적 85㎡형 초과) 평형 집값 하락률이 중·소형(전용 85㎡형 이하) 평형보다 더 낮았다. 지난 2월 서울 아파트 전용 ‘60㎡ 초과~85㎡ 이하’ 집값 변동률은 1.16% 하락으로 나타났다. 반면 ‘85㎡ 초과~102㎡ 이하’는 0.99% 하락, ‘102㎡ 초과~135㎡ 이하’는 0.83% 하락 등으로 중·소형 평형보다 더 낮은 내림 폭을 기록했다. ‘135㎡ 초과’ 평형은 0.51% 하락으로 중·소형 평형 하락률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실제로 최근 들어 서울 내 구축·대형 단지는 실거래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12차 전용 182㎡형은 지난달 3일 58억 원에 신고가 거래됐다. 이 단지 같은 평형 직전 신고가는 2021년 1월 거래된 57억5000만 원이었다. 신고가 거래 가구는 13층 물건으로 이날 기준 같은 층·같은 평형 호가는 최고 60억 원에 형성됐다. 또 압구정동 현대13차 전용 108㎡형 역시 지난달 20일 37억 원에 신고가로 손바뀜됐다. 같은 평형 신고가는 2021년 1월 거래된 31억 원으로, 이번 거래로 단숨에 6억 원 올랐다.
압구정동 신현대12차 인근 D공인 관계자는 “사실 이번 거래가 신고가라곤 하지만, 구현대(1·2차) 비슷한 평형과 비교하면 한참 낮은 수준”이라며 “매수세가 더 붙으면 이번 거래 가격인 평당 1억 원 수준보다 더 오른 3.3㎡당 1억3000만 원 이상 갈 것”이라고 했다.
구축·대형 강세는 핵심지뿐만 아니라 서울 전역에서 현재진행형이다. 중랑구 상봉동 우정 전용 110㎡형은 지난달 21일 8억5000만 원에 신고가 거래됐다. 2020년 11월 7억4500만 원에 마지막 거래된 이후 2년 4개월 만에 9500만 원 올라 팔렸다. 강동구에선 천호동 삼익 전용 114㎡형이 지난달 4일 9억3000만 원에 거래돼 최고 매매가격을 갈아치웠다. 이 밖에 광진구 자양동 자양9차현대홈타운 전용 94㎡형도 2019년 당시 신고가보다 3억 원 오른 13억4000만 원에 지난달 20일 거래됐다.
이렇듯 서울 전역에서 구축·대형 평형이 강세를 보이는 것은 재건축 기대감이 큰 단지와 그동안 신축·소형 단지보다 상대적으로 더 많이 집값이 내려간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최근 대형 평형 거래는 급매물이 많이 나온 단지 중 재건축 사업 초기 단지에 거래가 집중됐다”며 “이후 해당 단지에선 급매물이 소진됐고, 덩달아 가격이 오른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형에서 크게 많이 올랐다는 것은 반대로 해석하면 그간 하락 폭이 컸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앞으로 구축·대형 평형의 매도 호가는 공시가격 인하로 매물을 거두거나 호가를 높이는 경향이 확인된 만큼 오른 상태로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