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다솜 산업부 기자
양대 노총과 차별화를 선언한 새로운 노동조합의 출범으로 언론이 뜨겁다. 이른바 ‘MZ노조’로 불리는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이하 새로고침)가 주인공이다.
새로고침이 MZ노조로 불린 건 노조위원장의 연령대에서 비롯됐다. 40·50대가 주를 차지했던 기존 노조와는 달리 새로고침의 수장 유준환 의장은 1991년생이다. 사뭇 다른 나잇대의 젊은 리더가 등장하자 많은 언론은 이들의 이름을 MZ노조로 명명하고 단체의 성격을 규정하기 시작했다.
언어는 증폭되는 순간 힘을 가진다. 사태의 본질이 언어를 통해 때로는 왜곡되기도 한다. 새로고침이 MZ노조라는 이름으로 퍼져나가는 동안 출범 목적 역시 입맛대로 각색되기 시작했다. 특정 연령대 노동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노조라는 이미지가 씌워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새로고침의 출범 목적은 전혀 다르다. 이들의 연대는 이념 편향을 지양하고, 생산직 위주였던 기존 노조에서 소외된 직종 근로자들의 권익을 제고하기 위해 시작됐다. 최근 취재 과정에서 기자와 인터뷰한 유 의장은 “인터뷰마다 기자들에게 새로고침을 MZ노조로 쓰지 말아달라고 요청한다”고 했다. 유 의장이 몸담은 LG전자 ‘사람중심’ 사무직노동조합 역시 노조원 중 2030의 비율은 절반가량에 그친다.
유 의장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많은 언론은 지금 이 순간도 새로고침에 MZ노조라는 문패를 붙여 보도하고 있다. 기존 양대 노총과의 차이를 극대화하기 위한 선택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MZ노조를 정확하게 분석하기 위해서는 ‘세대론’이 아니라 ‘직종론’에 입각해야 한다. 그간 기존 양대 노총에서 사무직은 왜 눈에 잘 보이지 않았을까를 분석하는 것이 우선이다.
최근 ‘주 69시간제’로 불리는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안에 양대 노총과 새로고침이 동시에 비판을 쏟아냈다. 세대가 달라도 노동자의 권익이 우선이라는 점은 같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어느 직종에서 일하더라도 좀 더 나은 노동환경에서 근무하고 싶을 뿐이다. 언론의 새로고침 보도가 좀 더 본질에 가까워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