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메모리반도체 첨단 패키징 제조시설 예정대로 건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이 고성능 HBM(고대역폭메모리) 기술 리더십을 바탕으로 '퀀텀점프'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미국에 추진 중인 메모리반도체 첨단 어드밴스 패키징 제조시설은 예정대로 건설할 것이라고도 했다.
박 부회장은 29일 경기 이천 SK하이닉스 본사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챗GPT 등 AI 시대에는 대용량 데이터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메모리 기술의 혁신이 요구된다"며 "AI 시대에 적합한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미래의 아키텍처를 선도해 나간다면 통상적인 산업의 성장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부회장은 올해 차세대 메모리반도체인 DDR5가 주력제품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박 부회장은 "올해는 DDR4가 2014년 시장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이후 10년 만에 DDR5로 세대교체가 이루어지는 시기"라며 "인텔과 협업을 통해 1anm 기술이 적용된 DDR5 제품을 최신 CPU에 적용할 수 있는 인증을 업계 최초로 획득했다"고 밝혔다. 최근 인텔은 DDR5가 적용되는 신형 중앙처리장치(CPU)를 출시했다.
박 부회장은 "최근 화제가 된 AI 챗봇 챗GPT 동작에는 고성능 컴퓨팅뿐 아니라 고속 고용량 메모리가 필요하다"며 "실제로 서비스에 우리 회사의 HBM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AI 시대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HBM은 HBM3A, HBM4 등 차세대 제품의 적기 개발을 통해 넘버 원 기술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것"이라며 "현재 서버 시장에서 고성능ㆍ고용량 메모리 채용이 증가하고 AI 챗봇 등 신규 수요가 확대되면 DDR5는 2023년 주력 제품 포트폴리오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 부회장은 하반기 반도체 업황이 살아나겠지만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등 거시경제의 불확실성은 여전하다고 판단했다.
그는 "공급 측면에서는 작년부터 이어진 메모리 업체 투자 생산 축소에 따른 공급량 축소 효과가 가시화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고객들 재고도 점차 소진되고 있어 점차 정상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장 상황에 맞춰서 우리 회사의 양산 등에 대한 속도 조절을 유연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경영진은 판단한다"고 전했다.
박 부회장은 최근 반도체 패권을 둘러싼 미중 갈등이 촉발한 지정학 리스크에 대해서는 "한 회사가 대응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면서도 "각국 정부와 고객 니즈에 반하지 않으면서 최적 해법을 찾기 위한 노력을 매일 한다"고 말했다.
박 부회장은 "어드밴스 패키징 공장에 대한 검토가 마무리됐다"면서도 미국 반도체 지원법에 따른 보조금 신청 여부에 대해서는 "많이 고민해 보겠다"고 말을 아꼈다. 미국 상무부는 최근 반도체 보조금 신청 절차를 안내하면서 예상 수율 등을 담은 재무 계획을 엑셀 파일로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예상 수율 등은 영업기밀인 만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에는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이날 주총에서 한애라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사외이사로 재선임하고, 김정원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과 정덕균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석좌교수를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또 기타비상무이사로 박성하 SK스퀘어 사장을 신규 선임했다.
주총 기준일인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SK하이닉스 주주는 100만7093명으로 처음 100만 명을 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