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부동산 시장에 빨간불이 켜졌다. 악성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의 80% 이상이 지방에 몰리고 있고, 전체 주택 거래량 증가세에도 지방 신축 외면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 재고가 쌓이자 지방에선 아예 다음 달 분양이 멈춘 곳도 등장했다. 여기에 올해 들어 지방 소재 전문건설사의 폐업도 급증하는 등 지방을 진앙지로 한 부동산 침체가 확산할 조짐을 보인다.
30일 국토교통부 ‘2월 주택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8554가구로 전월(7546가구)보다 1008가구(13.4%) 늘었다. 이 가운데 지방에서 늘어난 물량은 805가구로 집계됐다. 전체 증가량의 약 80%가 지방에 집중된 것이다.
이에 지난달 기준 지방 미분양 가구는 7071가구, 수도권(서울·경기·인천)은 1483가구로 집계됐다. 지방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2021년 말 6848가구를 기록한 이후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6266가구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이달 7000가구를 넘어섰다.
지역별로는 대구와 광주, 충남, 제주의 상승세가 도드라졌다. 대구는 1월 대비 675가구 늘었고, 광주는 145가구, 충남은 73가구 더 쌓였다. 제주도 64가구 늘었다. 지방 가운데 100가구 이상 줄어든 곳은 부산으로 전달대비 108가구 줄어든 818가구로 집계됐다.
지방 악성 미분양은 늘었지만 주택 매매량은 되려 늘었다. 시세보다 저렴한 급매물 소화가 진행되고, 정부의 특례보금자리론 등 정책금융 집행으로 구축 매수가 늘어난 탓으로 해석된다. 지난달 주택 매매 건수는 총 4만1191건으로 집계됐다. 지난 1월 2만5761건보다 59.9% 급증했다. 지방 거래량은 2만3951건으로 전월 대비 54.9% 늘었다.
이렇듯 지방을 중심으로 악성 미분양 물량이 늘자 다음 달 아예 분양 물량이 한 곳도 없는 지역도 등장했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R114 조사에 따르면 다음 달 전국에서 42개 단지 3만7457가구가 분양에 나선다. 하지만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미분양 적체가 심각한 대구와 대전을 포함해 세종, 울산, 경북, 전북 등은 단 한 가구도 분양 계획이 없다.
지방 분양 축소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달 누적 공동주택 분양실적은 전국 기준 1만945가구로 전년 동기 4만4233가구 대비 75.3% 줄었고, 지방은 2943가구에 그쳐 전월 대비 85.1% 감소했다.
한 부동산 개발업계 관계자는 “지방 분양 미달이 심각한 상황이라 상당수 건설사가 다음 달은 물론이고 아예 분양 일정을 기약 없이 미룬 곳이 많다”며 “하반기에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다는 의견이 많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론도 계속돼 지방 분양 활성화 시기는 장담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렇듯 지방을 중심으로 부동산 경기 침체가 이어지자 지방 건설사 폐업도 덩달아 늘고 있다. 이날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 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누적(1월 1일~3월 30일) 기준 전국 전문공사업체 폐업 신고 건수는 총 803건이다. 이 가운데 수도권(서울·경기·인천) 신고 건수 323건을 제외한 지방의 폐업 업체는 480건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지방 폐업 신고 건수는 397건으로 올해보다 87건 적다.
전문가들은 추가 위기 확산을 막기 위한 세제 완화안 시행 등을 서둘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역별 청약 양극화가 염려되는 만큼 지방 미분양 물량부터 무주택자나 1가구 1주택자 가운데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단계적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며 “시장 침체가 지속하면 지방 주택 수요는 더 줄어들고 악성 미분양은 더 쌓일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