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탄한 경제, 금리 인상 복병 부를 수도
1980년대 S&L 사태 재연될 수 있어
장기간에 걸쳐 금융위기 결과 초래
29일(현지시간) 야후파이낸스에 따르면 타마라 베이직 바실제브 옥스퍼드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핵심적인 차이로 2008년 금융위기가 재연될 가능성은 작다고 본다”며 “가계, 기업, 은행 모두 2008년보다 더 좋은 재정상태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수십 년간 일어난 금융위기는 급격하고 격렬하게 진행되는 경향이 있었다. 반면 이번 은행 위기는 빠른 인수와 당국의 신속한 개입으로 약 한 달 만에 진정 국면에 들어섰다.
그렇다고 해서 안심하기는 이르다. 야후파이낸스는 “이번 위기의 실패 규모를 무시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달에만 미국 은행 세 곳이 파산했으며, 1000억 달러(약 130조 원)가 넘는 예금이 중소은행에서 빠져나갔다. 자산 규모로 보면 올해를 능가했던 위기는 25개 은행이 파산했던 2008년 금융위기밖에 없다.
2008년보다 경제가 탄탄하다는 점이 되레 복병이 될 수도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연준과 다른 중앙은행들이 은행 문제가 더는 긴축을 막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SVB의 파산 피해가 금융위기에 비해 적지만, 현재의 혼란이 서서히 경제를 좀 먹는 ‘슬로모션 위기’라는 또 다른 유형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향후 몇 년 동안 은행 영업 축소와 인수·합병(M&A) 등으로 신용 공급이 줄어들 수 있고, 예금 인출 압박에 중소은행의 대출 기준이 강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궁극적으로는 금융위기와 똑같은 결과가 초래된다.
장기간에 걸쳐 진행됐던 ‘저축대부조합(S&L) 사태’가 재연될 수도 있다고 WSJ는 경고했다. 1980년부터 1994년까지 미국에서는 소규모 S&L과 은행 약 3000곳이 폐쇄되거나 구제금융을 받았다.
특히 당시 위기도 연준이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금리를 급격하게 끌어올리면서 시작됐다. 지금 미국 은행들 역시 1년간의 금리 인상으로 보유한 채권의 가치가 급락하면서, 막대한 미실현 손실을 떠안고 있다.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에 따르면 미국 은행들의 미실현 손실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약 6200억 달러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