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 개 은행 파산 상태
물가안정·경제성장·재정안정 등
3가지 목표 함께 달성 불가능”
1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지 포춘에 따르면 루비니 교수는 “금융 시스템이 이미 축적된 엄청난 규모의 민간·공공 부채에 대처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이는 또 다른 단계의 공황을 촉발할 트릴레마를 불러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릴레마란 세 가지 목표가 상충관계에 있어 동시에 이룰 수 없는 상황을 의미한다. 루비니 교수는 “미국이 물가 안정, 경제성장, 재정 안정이라는 세 목표를 함께 달성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이로 인해 결국 경제적·재정적 붕괴를 겪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물가 안정을 위해 기준금리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이라는 부작용을 낳았다. 당국은 이 사태에도 “미국의 은행 시스템은 건전하다”며 금리를 또다시 올렸다. 하지만 루비니 교수는 “은행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며 “연준의 주장은 시간을 벌고 있는 것뿐”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루비니 교수는 미국 은행의 미실현 손실액에 주목했다. 뉴욕대는 작년 말 기준 미국 은행의 평가손실 규모를 1조7000억 달러로 추산했다. 이는 은행의 총 자기자본 금액(2조1000억 달러)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루비니 교수는 “수백 개의 은행이 말 그대로 파산상태”라며 “금리가 오르면 유가 증권과 대출 가치가 낮아져 대량의 유동성 및 지급능력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SVB 사태의 후폭풍도 무시할 수 없다. 향후 몇 년간 은행 영업 축소와 인수·합병(M&A) 등으로 신용 공급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총수요 둔화를 불러 일으켜 물가 하락과 고용 악화 등 실물경제에 파급 효과를 일으킨다.
설상가상으로 미국은 이미 과도한 재정 지출로 재정적 지원 여력마저 떨어진 상태다. 루비니 교수는 “단기간 내에 미국의 인플레이션율이 연준 목표치인 2%까지 낮아질 기미가 없는 상황에서 연준이나 부채를 짊어진 연방정부는 경제를 충분히 부양하기 위한 여력이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 쇼크 당시 선진국의 민간·공공 부채 비율은 국내총생산GDP의 약 100%였으나, 지금은 420%나 된다.
루비니 교수는 우리는 부정적 공급 충격, 성장 둔화, 인플레이션 측면에서 최악의 상황을 겪고 있으며, 부채비율도 높다”며 “미국 경제가 경착륙을 향해가고 있다”고 거듭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