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에서 발생한 여성 납치·살해 사건 피의자 3명의 구속 여부가 3일 결정된다. 이들의 범죄가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된데다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진 충격적인 범죄였다는 점에서 이들은 강도살인 등 혐의가 적용돼 중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유창훈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3일 오전 11시 강도살인‧사체유기 등 혐의를 받는 이모(35) 씨, 황모(36) 씨, 연모(30) 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진행한다. 구속영장 발부 여부는 당일 오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지난달 29일 오후 11시 46분경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 아파트 앞에서 40대 여성을 납치한 뒤 대전 인근에서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31일 긴급체포됐다. 경찰은 당초 이들을 체포하면서 특수감금 혐의만 적용했으나, 이후 피해자를 살인한 뒤 시신을 유기한 사실이 추가로 확인되며 강도살인과 사체유기 등 혐의를 추가로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형법에 따라 강도살인은 사형 또는 무기징역, 시체 등 유기는 최대 7년의 징역에 처한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피해자가 소유한 가상화폐를 노리고 이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수서경찰서는 전날 언론 브리핑을 통해 “피의자 중 연 씨와 황 씨는 금전 목적으로 범행을 한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씨는 사건과 관련해 진술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피의자들의 진술을 종합하면 이 씨는 피해자를 범행 대상으로 지목한 뒤 황 씨에게 범행을 제안했다. 황 씨는 연 씨에게 ‘채무 3600만 원을 대신 갚아준다’고 제안하며, 그 조건으로 피해자의 코인을 빼앗는 범행에 가담하자고 했다.
이후 황 씨와 연 씨는 피해자를 차량으로 납치한 뒤 살해, 암매장했다.
이 씨는 피해자 납치 행위에 직접 가담하지는 않았으나 피해자를 범행 대상으로 지목하기도 했고 피해자가 납치된 뒤 연 씨와 황 씨를 만난 점에서 경찰은 그를 공범으로 보고 있다.
피의자들의 역할이 달라도 공동정범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2인 이상이 공동으로 죄를 범하면 각자 정범으로 처벌한다는 내용의’ 형법 30조(공동정범)에 따라 기능적 지배행위를 한 이들을 공동정범으로 판단할 수 있다”며 “이들 셋 모두 강도살인죄가 적용되면 검찰은 사형까지 구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피의자 3명 중 2명이 피해자와 안면이 없다는 점에서 청부살인 가능성도 거론되는 상황이다. 경찰은 이들이 금전 목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진술을 토대로 정확한 경위를 조사 중이지만, 청부 살해 가능성도 열어두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수서서 관계자는 “청부살인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만약 청부살인 사실이 확인될 경우 오히려 살인을 의뢰를 한 이는 낮은 형량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승재현 연구위원은 “청부살인은 살인을 교사한 사람보다 실행한 사람이 더 높은 형을 선고받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