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경림 단독후보 '후방지원' 의혹들
견제 위해 현 정부ㆍ여권 거센 압박
내부서 "이권 카르텔 뿌리 뽑아야"
KT가 1981년 창사 이래, 민영화 21년 만에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윤경림 KT 차기 대표 후보자가 자진사퇴하고, 구현모 대표마저 스스로 물러났다. 지난해 말부터 지난달 31일 KT 정기 주주총회까지 이어졌던 대표 경선 레이스는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한 채 마무리됐다. 결국, ‘불명예 퇴진’이라는 민영화 KT 수장 ‘공식’을 끊치 못하고, 대표이사 직무대행을 수행하게 된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사장)은 비상경영을 선언했다. 이 같은 KT의 경영진 공백을 초래한 최악의 시나리오는 애초부터 참여정부에서 이어져 온 문재인 정부 인사와 현 정부 인사 간의 알력 다툼에서 KT측이 백기를 들며 벌어진 촌극이라는 지적이다 .
윤 사장의 대표이사 후보직 사퇴 소식이 전해진 지난달 23일. 정치권과 통신업계에선 일제히 사퇴 결정 이면에는 이강철 전 KT 사외이사와 남중수 전 KT 사장이 배후에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구 대표를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올리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던 이 전 사외이사와 KT 원로로 꼽히는 남 전 사장이 개입하며 ‘이권 카르텔’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이 전 사외이사는 노무현 정부 시절 대통령 정무특별보좌관과 시민사회수석을 지내며 대표적인 참여정부 인사로 꼽힌다. 그는 문재인 정부때도 청와대에서 근무하며 이전 정권에서 KT 사외이사로 합류했다. 2018년에는 황창규 전 KT 회장 체제에 사외이사로 합류했고, 구현모 대표의 취임까지 이끌며 핵심 인물로 활동해왔다. 남 전 사장은 2002년 KT 민영화때부터 KT맨으로 활동해온 인물이다. 2005년부터 KT를 이끌었으며 2008년 연임에 성공했으나, 같은해 11월 배임혐의로 구속돼 자리에서 물러났다. 공교롭게도 2008년은 노무현 정부에서 이명박 정부로 정권이 교체된 시기다.
정치권과 통신업계에서는 윤 사장이 단독대표 후보자로 결정되는데 있어 이들의 후방지원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남 전 사장은 윤 사장과 더불어 구 전 대표와도 가까운 친분을 유지해온 인물로 알려져 있다. 윤 사장이 대표 후보자로 결정된 이후 대표이사 권한으로 추천하는 사내이사에 송경민 KT SAT 사장을 선임하기도 했는데, 송 사장은 남 전 사장이 KT 대표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한 인물이기도 하다.
남 전 사장은 구 전 대표와 윤 사장이 연루돼 조사 중인 ‘KT 일감몰아주기’ 의혹에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KT 일감몰아주기 의혹은 KT텔레캅이 시설관리 사업을 외주 업체 ‘KDFS’에 위탁하는 과정에서 특정 업체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내용이다. KDFS는 황욱정 전 KT 자산경영실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데, 황 대표가 남 전 사장의 측근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서는 남 전 사장이 개입해 현 정부와 갈등을 겪은 것 아니냐는 의혹을 보낸다. 이 과정에서 윤 사장이 중간에서 난처한 상황이 됐고, 이도저도 못하며 사퇴를 밝혔다는 정황이다. 윤 사장은 사퇴의 변을 통해 “이해관계자들의 기대 수준을 넘어서는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새로운 CEO가 선출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KT 내부에서도 이권 카르텔은 뿌리 뽑아야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7일 국무회의에서 “부당한 관행을 통해 지대를 추구하는 카르텔 세력의 저항이 있다. 그런 적폐들을 제거해 나가야 국민의 삶이 더 편안하고 풍요로워질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KT 내부에 카르텔 세력이 있고, 이들이 장기집권을 위해 낙하산을 반대하고 내부출신만을 종용한다면 이러한 관행은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는 인식이다.
KT 내부 한 관계자는 “외부의 낙하산 인사는 반대하지만, 내부의 이권 카르텔 세력이 주도하는 것은 더 반대한다”며 “건강한 KT를 만들기 위해서는 줄세우기를 멈추고 당당하게 맞서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