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안 보고, 안 들어요. (고등학생 자녀에게) 물어보니 그런 교육을 했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하더라고요.”
지난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금융교육주간 세미나에 참석한 한 교수가 기자에게 털어놓은 하소연이다. 청소년 자녀를 둔 부모로서 봤을 때 현재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금융교육의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었다.
비슷한 이야기를 소액생계비대출 신청 현장에서도 들을 수 있었다. 대출 담당 관계자는 “아무리 홍보해도 전 국민이 알게 할 수는 없다“며 ”안내를 어느 수준까지 해야 하는지 난감하다“고 토로했다. 불법사금융을 막기 위한 정부 소액생계비대출 신청 첫날, 사전 예약제라는 사실을 모르고 현장을 찾았다가 상담원과 실랑이를 벌이는 고령자들이 나오자 창구 여기저기서 한숨이 쏟아졌다.
이러한 솔직한 현장의 목소리는 금융취약계층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실효성 있는 금융교육이 필요하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안 보고, 안 듣고, 모를수록 더 알려야 하는 이유다. 필요성은 앞으로 계속 커질 수 밖에 없다. 은행 오프라인 점포 폐쇄, 디지털 금융 서비스 증가 등 금융소외계층에게 불리한 방향이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서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2022년 전국민 금융이해력 조사결과 70대 고령층과 저소득층, 저학력층의 금융 이해력은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갖춰야 할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태도다. 단순히 ‘금융교육을 강화하겠다’는 다짐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더 많은 금융 취약계층이 보고 들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현재 청소년 대상 금융교육을 아무도 안 듣는 게 현실이라면 교육과정에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수 있다.
소액생계비대출에 사전예약이 필요하다는 점을 아무리 안내해도 고령층이 모르는 게 현실이라면, 현장 예약과 신청을 가능하게 하는 것도 방법이다. 소액생계비대출 신청 시 일종의 ‘금융교육’인 복지·취업 서비스 연계 등 복합상담도 늘려야 한다.
금융교육은 수요가 없다고 공급을 중단해도 되는 문제가 아니다. 금융 취약계층 역시 골치 아프다고 방치할 수 있는 대상도 아니다. 정부가 끊임없이 취약계층들의 금융 이해력을 높일 방법을 찾아야 하는 배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