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건설사업관리(PM·Project management) 공공·민간 분야 활성화를 위한 추가 논의에 착수했다. PM은 감리를 제외한 건설사업관리로 건설산업 분야 가운데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사업 중 하나다. 하지만 국내에선 법적으로 감리와 통합개념으로 묶여 관련 산업 활성화는 걸음마 수준이다. 정부는 앞으로 공공기관 건설사업과 민간 분야 확대로 국내 PM 시장 활성화를 통한 해외 수주 확대와 역량 강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4일 본지 취재 결과 국토부는 지난달 31일 ‘PM 활성화를 위한 법령 개정안 및 가이드라인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이 용역의 내용을 보면 이번 연구 목적은 △PM 활성화법(건설기술진흥법) 개정 이후 후속 개정이 필요한 법령 발굴 △발주 경험이 없는 공공발주청, 민간의 PM 활용을 위한 가이드라인 구축이다. 또 종합사업관리제도(PgM) 적정 대가기준 및 관리 방안 개정안 마련도 연구한다.
PM은 발주자를 지원·대행해 건설사업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사업을 총괄 관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에선 생소한 개념이지만 미국과 영국 등 일부 선진국은 세계 PM 시장 상위권을 독점하다시피 하면서 많은 이익을 거두는 고부가가치 시장이다.
글로벌 건설 전문 매체 ENR 집계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세계 PM 시장 규모는 246억 달러(약 32조2579억 원) 규모다. 2017년 기준 세계 PM 시장 규모가 약 49억 달러(약 6조4253억 원)였던 것과 비교하면 최근 4년 동안 5배 가량 급성장한 셈이다. 국내에선 PM 전문기업인 한미글로벌이 지난해 ENR이 집계한 글로벌 CM·PM 순위(미국 제외) 8위에 올랐다.
이렇듯 PM 산업이 고부가가치 시장으로 급성장하자 정부는 지난해부터 관련 산업 육성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정부와 업계는 국내 PM 수준이 선진국 PM 역량보다 상대적으로 부족하고, 실적도 많지 않아 해외 진출에 불리하다고 평가한다.
실제로 국토부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국내 공공공사 PM 발주는 시공단계에 93%가량 편중돼있고, 이마저도 감리(감독·관리)에 국한돼 사업 기획부터 관리까지 모두 관리하는 PM 능력이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또 PM 업무를 명문화하는 ‘건설기술진흥법’(건진법) 개정도 지지부진하다. 지난 2021년 이런 내용을 담아 발의된 건진법 개정안은 여전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해당 법안은 PM의 관리 대상을 명확히 규정하고 기존 건설사업관리 제도에 통합된 감리를 PM과 별도 업무로 구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내 PM 업계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PM 사업을 진행하는 곳은 미국과 영국, 아시아에선 중국 정도만 진출할 정도로 한정적”이라며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프로젝트도 대규모 발주가 이뤄졌지만, 수주실적을 뜯어보면 PM 역량을 갖춘 소수 국가 기업만 독점할 정도다. 한국은 PM 발주가 감리와 달리 법적 의무사항도 아니라 활성화 수준이 낮다”고 했다.
이에 정부는 공공분야 PM 역량 강화를 위한 시범사업 확대를 추진 중이다. 국토부는 지난해 말 ‘일산선 5개 역사 리모델링’(사업비 450억 원)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광명시흥 지식산업센터’(1407억 원), ‘양지 나들목 건설공사‘(301억 원) 등을 우선 추진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국내 대형 건설사는 주로 시공에 집중해 매출을 올리는 구조로, PM은 생소한 편”이라며 “현재 PM 시장 규모는 종합 건설사보다 부족하지만 정부 시범사업을 통한 PM 사업 지원과 민간 가이드라인 제정이 이뤄지면 건설 산업 다각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