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칼더의 모빌과 청동, 회화 작품 등을 직접 소개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알렉산더 스터링 칼더 로워 칼더재단 이사장은 “칼더는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의 고차원적인 세계가 있다고 생각했고, 작품을 보는 사람들이 그걸 느끼길 원했다”고 작품세계를 전했다. 그는 칼더의 외손자로 지금껏 호주, 러시아 등 115개 지역에서 칼더의 전시를 선보였다.
모빌이라는 형태를 처음 만든 칼더는 엄밀하게 구축된 움직임 그 자체를 중요하게 여기는 공중 조형물을 여러 점 선보여왔다. 기류, 빛, 습도, 인간의 상호작용에 반응하면서 회전하고 균형을 이루는 그의 작품세계는 대표적인 키네틱 아트(움직이는 미술)로 명명되기도 한다.
현재 뉴욕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에 ‘.125’(1957), 파리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 본부에 ‘Spirale’(1958), 이탈리아 페루자도 고대 도시 스폴레토에 ‘Teodelapio’(1962), 일리노이 시카고 연방정부 사무소에 ‘Flamingo’(1973) 등이 야외 전시돼 있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칼더가 1940~1970년대 제작한 작품 중 실내 설치 가능한 규모를 선별했다. 모빌뿐만 아니라 청동 조형물, 과슈 물감으로 그린 회화 작품 등 새로운 형태도 만나볼 수 있다.
세간에 가장 잘 알려진 작품은 1955년 인도 여행 도중 만든 ‘구아바’(Guava)다. 모빌의 한 지점이 과일 구아바와 같은 노란 색을 띠고 있어 붙은 이름이다. 다만 칼더재단 이사장은 “할아버지는 보는 이로부터 어떤 경험을 유발하려는 의도로 작품을 만든 적은 한 번도 없다”면서 ‘구아바’ 역시 “작품을 먼저 만들어 놓고 목록화하기 위해 편의상 붙인 제목”이라고 전했다.
1976년 완성한 ‘화이트 올디너리’(White Ordinary)는 개중에서도 유독 우아한 작품이다. 모빌의 모든 요소가 흰색인 데 반해 하단의 작은 요소는 검은색으로 완성됐다. 이때 바람이 불면 설치물이 천천히 회전하면서 상단의 큰 요소가 뒤집히고, 숨어있던 검은 색 뒷면이 한 점 더 드러나며 오묘한 조화를 이룬다.
독특함 면에서 최고의 작품은 단연코 1944년 제작된 청동 조형물 ‘윕 스네이크(Whip Snake)일 것이다. 날렵한 뱀을 형상화한 청동 조형물은 움직이지 않을 것처럼 굳건해 보이지만, 물리적 힘을 받으면 관람객이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회전하며 신비로운 느낌을 안긴다.
칼더재단 이사장은 '윕 스네이크'가 “칼더의 친구였던 건축가가 자신이 설계한 건물 앞에 놓을 30m의 대형 작품을 만들어 달라고 제안하면서 만들어진 미니어쳐”라면서 “30m 크기로는 결국 만들어지지 않았지만, (실제로 제작됐다면) 그 아래로 사람이 지나갈 때 작품이 회전하는 모습을 보면서 위대하다거나 위험하다거나 하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칼더 개인전에서는 그의 회화 작품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과슈라는 물감을 사용해 그린 수많은 무제(Untitled) 작품들은 모빌 등 조형물 작업에 에너지를 몰두한 뒤 피로를 풀어내면서 완성한 그림들이다.
알렉산더 칼더 개인전 ‘CALDER’는 4일부터 다음 달 28일까지 약 두 달간 국제갤러리 K2관 1층, K3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