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의장 “은행 구할 수 없었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날 스위스 취리히의 한 대형 아이스하키장에서 열린 CS 주총은 정중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지만, 투자자들이 경영진의 무능을 질타한 성토대회였다. 이날 주총에는 1748명의 주주가 참석했다. CNN은 “167년간 스위스 경제발전의 핵심 동력 중 하나였던 CS의 장례식처럼 느껴졌다”며 주총 분위기를 전했다.
UBS 인수 후 첫 주총이기도 한 이날 자리에서 악셀 레만 CS 이사회 의장은 “은행을 구할 수 없었다”며 “우리를 기다릴 수 있는 선택지는 인수·합병(M&A) 거래나 파산 두 가지 뿐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주주들이 보내준 신뢰를 저버리고 실망을 안겨드린 점이 정말 죄송스럽다”고 사과했다.
참석자들은 주주 투표 없이 강제로 UBS와의 M&A가 결정됐다는 점을 강력히 비판했다. 두 은행의 합병은 지난달 스위스 정부의 긴급 법령을 통해 진행됐다. 주주들은 “은행에 속았다”, “사전에 위험 경고가 없었다는 점에 놀랐다”, “수많은 스캔들이 은행의 명성을 완전히 망쳤다”는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주가 폭락으로 인한 피해를 질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주주는 “과거 CS 주식 1주면 고가 프랑스산 와인 한 병을 살 수 있었는데, 이제는 크루아상 빵조차도 살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날 주주들은 주총에 앞서 의결권행사 자문회사인 글래스루이스의 반대 권고에도 레만 의장의 재선임안을 56%의 지지율로 의결했다. 레만 의장 외에도 이사회 멤버 전원이 재임됐다. 이들은 CS가 UBS에 완전히 합병되기 전까지만 직위를 유지하게 될 전망이다.
CS와 UBS의 합병에 대한 스위스 여론은 좋지 않다. 현지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50%가 인수에 반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