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 기술전쟁’ 중국의 반격은 M&A 승인 보류

입력 2023-04-05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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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 달고 요구 충족 때까지 합병 승인 미뤄
인텔·맥스리니어 등 인수 마무리 차질
중국 공무원, 서구 제재 대응이 평가항목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1월 14일 인도네시아 발리 누사두아에서 마주보고 있다. 누사두아(인도네시아)/AFP연합뉴스
중국이 주요 2개국G2(미국·중국) 기술 패권 다툼 속에서 미국 기업이 참여하는 인수·합병(M&A) 승인을 보류하거나 미루는 방식으로 반격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4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반독점 당국이 미국 기업과 관련한 다수의 M&A 건에 대한 심사를 늦추고 있다고 보도했다. 여기에는 인텔의 52억 달러(약 6조8120억 원) 규모 이스라엘 타워세미컨덕터 인수 거래, 미국 칩 제조사 맥스리니어의 38억 달러 대만 실리콘모션 인수 거래 등이 포함됐다.

두 기업 이외에도 브로드컴의 VM웨어 인수와 마이크로소프트(MS)의 액티비전블리자드 인수 역시 중국 당국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중국의 합병 승인은 미·중 첨단 기술 패권 경쟁에서 새로운 대응 수단이 되고 있다. 중국에서는 자국 내 매출이 연간 1억1700만 달러를 넘는 두 개의 다국적 기업이 합병하기 위해서는 당국의 승인이 필요한데, 이를 무기화한 것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반독점 당국인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은 일부 심사 대상 기업에 승인 조건으로 다른 나라에서 판매하는 제품을 중국에서도 판매하도록 요구했다. 미국의 대중국 수출 규제 강화에 맞대응하려는 의도다. 미국은 안보 우려를 이유로 자국 기업의 대중 수출과 특정 분야의 중국 생산 확대를 제한하고 있다. 중국의 요구를 들은 미국 기업으로서는 어느 쪽에도 설 수 없는 난감한 상황이라고 WSJ는 전했다.

중국은 최근 정치적·경제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M&A 심사와 반독점법을 더 많이 이용하고 있다. 규제 당국이 인수안 승인을 아예 거부하지는 않지만, 요구가 충족될 때까지 승인을 미루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외국의 경쟁 업체를 희생시키고, 자국 기업에 유리한 쪽으로 상황을 끌고 간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방식이 ‘경제적 강제조치’라고 부르는 중국의 수단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중국 당국자들은 이러한 방식을 꽤 좋은 대응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미국 주도의 서구권 제재에 얼마나 잘 대항할 수 있는지가 공무원의 주요 업무 평가 중 하나다. 그중에서도 첨단 반도체 등 전략기술 분야에 대한 접근은 가장 중요한 항목으로 꼽힌다. 한 소식통은 “중국 당국자들은 인수 심사가 상대적으로 눈에 띄지 않으면서 큰 대가를 치르지 않고 외국 기업과 정부에 압력을 가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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