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여전히 부정적 입장 “의료인 교감 없이 추진 옳지 않아”
비대면진료 제도화 논의가 국회에서 제대로 열리지 않자, 당정이 시범사업으로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산업계는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면서, 제도화 논의도 지속돼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비대면진료는 감염병 위기 단계 ‘심각’단계에서만 한시적으로 허용되고 있다. 5월 정부가 코로나19 위기 단계를 ‘심각’에서 ‘경계’로 하향하게 되면 비대면진료는 불법의 영역에 놓이게 된다.
국민의힘은 5일 ‘소아·응급·비대면 의료 대책 당·정 협의’를 개최하고 비대면진료 법 개정 이전이라도 비대면진료를 이어가기 위해 시범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비대면 진료를 이용해 국민 의료 접근성과 만족도가 개선됐는데 다시 원상태로 되돌리면 안 된다는 데 당정이 인식을 같이했다”고 설명했다.
비대면진료 업계들은 긍정적으로 본다면서도 제도화 논의도 같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라케어 관계자는 6일 본지와 통화에서 “일단 환영하는 입장이다. 사업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며 “비대면진료를 사업화해서 막대하게 돈을 벌자고 하는 게 아니다. 국민의 의료서비스가 개선된다는 방향성을 가지고 사업을 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우리나라에만 비대면진료가 어려워서 생기는 사각지대가 있다. 당정협의회 논의를 넘어 제도화까지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 관계자도 “정부와 여당이 모여 비대면진료에 대해 논의한 것 자체가 처음이라 긍정적이라 생각한다”며 “시범사업 추진은 비대면진료 제도화 이전에 끊이지 않고 진행하기 위한 방안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산업계는 초진부터 비대면진료가 허용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최근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이 초진부터 비대면진료가 허용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강병원·최혜영·신현영 의원과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이 각각 발의한 비대면진료 법안은 모두 재진환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 관계자는 “그간 의료계의 의견만 반영됐던 것에서 산업계와 소비자 의견까지 넣은 법안이라 판단한다.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만큼 적극 추진될 것이라고 믿는다. 정말 국민 모두가 비대면진료를 누릴 수 있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됐으면 좋겠다”고 피력했다.
시범사업 추진으로 인해 제도화 논의가 미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민주당 소속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관계자는 “시범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것은 법제화 논의를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인다. 시범사업 추진과 관련해 민주당과 논의한 바 없다”라며 “초진까지 허용하는 비대면진료 법안에 대해서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의료계도 시범사업 추진에 부정적인 입장을 냈다. 김이연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산업계의 절박한 상황을 많이 반영한 것 같지만, 비대면진료는 의료행위다. 의료인들과의 교감 없이 당정협의로 시범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대변인은 “산업계가 초진까지 비대면진료를 허용해야 한다고 몰아치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선 환자 안전성 측면에서 우려된다. 코로나 중심으로 진행된 비대면진료 영역도 가능성의 측면에서 의의가 있었다고 보지만, 상업적인 목적을 위해 의료체계까지 흔들어선 안 된다. 비대면진료 중 환자에게 문제가 발생했을 때 산업계는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는다. 책임 소재를 나눌 생각도 없이 비대면진료 법제화, 시범사업 추진은 반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