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사진>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부동산 시장에 대해 이렇게 진단했다. 올해 들어 가파른 집값 내림세와 ‘10만 가구 미분양’ 우려 등이 시장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시장 안팎에선 부동산 경기 침체의 골이 깊어질 것이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원 장관은 이런 우려를 기우로 일축하고 시장 정상화와 연착륙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본지는 6일 원 장관과 인터뷰를 통해 부동산 시장 전망과 규제 완화, 1기 신도시, 건설노조 해법에 관한 장관의 목소리를 들었다.
원 장관은 ‘현재 부동산 시장 상황을 어떻게 판단하느냐’는 질문에 “부동산 시장 경착륙 우려는 어느 정도 완화됐다”며 “지난해 말, 집값이 급락하고 거래도 얼어붙었지만, 올해는 금리 상승 폭이 둔화하고 규제 합리화 조치 영향으로 급매물 등이 소화되면서 급락세는 진정되고 거래량도 회복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다만 부동산 시장 상승 반전은 이르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시장의 추가 연착륙 유도를 위한 법제화 작업도 필요한 만큼 입법에 속도를 내겠다고 했다.
원 장관은 “시장 내 관망세가 지속하고 있어 향후 시장 상황을 면밀하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최근 글로벌 금융 불안과 국제 유가 상승 우려 등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는 추세”라고 했다.
연착륙 유도 방안에 대해선 “정부는 시장 과열기에 도입된 과도한 규제를 정상화하고 있다”며 “실거주 의무 폐지와 취득세 중과완화, 재건축부담금 합리화 등 주요 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만큼 국회와 협의해 법 통과를 서두를 것”이라고 했다.
부동산 시장 침체 원인의 한 축인 ‘미분양 증가’는 정부가 충분히 대응 가능한 수준으로 평가했다. 원 장관은 앞서 “미분양 10만 가구까지 각오하고 있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현재 미분양 수준과 구성을 고려할 때, 앞으로 미분양이 늘더라도 심각한 위기로 직결될 가능성은 적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원 장관은 구체적으로 “최근 미분양은 시장침체 전 공급증가와 집값 내림세에도 여전히 높은 분양가 등으로 인한 마찰적 요인에서 발생한 측면이 있다”며 “미분양 해소가 상대적으로 쉬운 중형평형 위주고 악성 재고인 ‘준공 후 미분양’은 매우 적다. 지난 2월 미분양은 사실상 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지난 2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1월보다 0.1%(79가구) 늘어난 7만5438가구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 대비 7211가구 늘어난 1월과 비교하면 2월 미분양 증가세는 확실히 꺾인 셈이다.
아울러 원 장관은 미분양 해결책으로 건설사의 분양가 인하 등 자구책 시행을 강조했다. 그는 “업계에선 정부가 미분양을 사들여야 한다거나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기에 앞서, 자구 노력을 선행해야 한다”며 “호황기에 공급을 늘린 뒤 (미분양이 발생하자) 기존 가격대로 팔리지 않는다고 정부가 해결해달라는 요구는 타당찮다”고 했다.
부동산 시장을 위협하는 또 다른 뇌관인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의 위기설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원 장관은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상황과 비교할 때, 현재 부동산PF가 시스템적으로 위기에 처했다고 보는 것은 곤란하다”며 “최근 금융 불안이 심화하고 있지만 국내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원활한 자금조달 지원을 위한 단계별 PF 보증을 확대했다”며 “사업장별 모니터링 강화와 정부가 마련한 정책 수단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서민 주택공급 기반이 악화하지 않도록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부동산 시장 부양을 위한 추가 규제 완화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지난 1·3 부동산대책 등을 통해 과거 도입된 과도한 규제는 대부분 정상화됐다”며 “추가 규제 완화를 고민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했다.
원 장관은 또 현재 국토부가 추진 중인 1기 신도시 재건축 사업과 건설노조 대응, 전세사기 방지 등에 관해서도 생각을 밝혔다.
우선 1기 신도시 재건축 사업 현황에 대해선 “현장 방문을 통해 노후 주택과 주차난 등 열악한 주거환경을 직접 확인했고, 정부는 기반 시설 확충과 자족 기능 강화 등 생활환경 개선을 위한 속도감있는 정비사업을 추진할 것”이라며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이 하루빨리 제정될 수 있도록 국회와 협조하겠다”고 했다.
1기 신도시 재건축 사업 방식인 ‘통합 재건축’의 성공 여부에 대해선 “노후계획도시 특성상 통합블록 방식의 재정비를 위해 불가피하다”며 “다만, 추진 과정에서 지역주민 이해 조정의 필요성은 항상 존재하므로, 법에서 신설한 총괄사업관리자 제도를 활용해 원활한 사업 추진을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통합 재건축은 재건축을 추진하는 복수의 주변 단지를 묶어 재건축 하는 방식이다. 국토부는 1기 신도시 내 재건축 선도지구 지정을 통합 재건축과 역세권 단지부터 하기로 했다.
타워크레인 노조의 월례비 불법 논란에 대해선 “근로계약 상 근거가 없고, 암암리에 지급되는 구조가 문제”라며 “정당한 노동이나 용역의 대가로 지급되려면 합법적인 근로계약에 포함하면 된다. 부당금품을 주고받는 문제를 막기 위해 입법을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앞서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과 건의사항을 검토하고 논의하는 등 노조 요구가 있으면 대화를 해왔다”며 “언제든 건설산업 정상화에 대한 논의를 할 준비가 됐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원 장관은 “전세사기 문제 역시 정부가 이를 구조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 앞으로 발생하는 전세사기는 최소화될 것”이라며 “정부는 피해 임차인을 위한 긴급거처 지원과 저리 전세자금 대출, 법률·심리상담 등 다양한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했다.
△1964년 2월 14일 제주 서귀포 출생, 만 59세 △제주제일고 △서울대 공법학과 △사법시험 34회 △부산지방검찰청 검사 △제16·17·18대 국회의원(서울 양천갑) △한나라당 사무총장·최고위원 △미래통합당 최고위원 △제37·38대 제주도지사 △국토교통부 장관(2022년 5월 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