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일방처리 말라”…尹 거부권, 총선까지 이어지나

입력 2023-04-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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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2차 국정과제점검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첫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 것을 두고 1년을 앞둔 총선까지 거부권을 통해 여소야대를 무력화시킬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거부권 행사 이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일방적인 법안 처리에 대한 직접적인 경고를 내서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6일 윤 대통령이 쌀 의무매입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데 대해 “포퓰리즘 법안에 어찌 그냥 서명하겠나. 대통령이 재의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는 걸 알면서도 재의요구권 행사를 유도해 정치적으로 여론몰이를 하려고 한다”며 “야당이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한 본회의에서 일방적으로 법안을 상정해 통과시키는 일이 없길 바란다”고 경고했다.

이는 윤 대통령이 추가 거부권 행사를 시사했다는 보도를 반박하는 과정에서 나온 설명인데, 보도 직후 나온 다른 관계자의 설명과 종합하면 결국 ‘민주당 단독처리 법안은 모두 거부권 행사 방침’으로 읽힌다.

거부권 행사 당일인 4일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등 민주당이 주도하고 정부가 반대하는 법안들에 대해 추가로 거부권을 행사할지 묻는 질문에 “일어나지 않은 일을 상정하고 기준을 잡진 않는다”고 일축했다.

그러다 이튿날인 5일 일부 언론에서 윤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결정한 국무회의에서 추가 거부권 행사를 시사했다고 보도가 나왔다. 대통령실은 즉각 부인하며 국무회의 당시 윤 대통령의 발언을 소개했는데, 오히려 추가 거부권을 시사하는 것으로 읽혔다.

대통령실 관계자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전임 정권의 재의요구권 행사 횟수를 물은 뒤 “야당의 ‘입법 폭주’에 대한 지적이 많다. 국회에서 넘어오는 법안을 정부가 다 받기 어려운 상황인데 그런 일이 많이 일어나지 않아야 하지 않나”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 관계자는 이를 두고 추가 거부권 행사 취지는 아니라고 강조했지만, ‘국회에서 넘어오는 법안을 정부가 받을 수 없다’는 건 거부권 행사를 염두에 둔 것으로밖에 읽기 어렵다. 더구나 윤 대통령도 거부권 행사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제대로 된 토론 없이 국회에서 일방적으로 통과시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김기현(오른쪽) 국민의힘 당대표가 지난달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예방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투데이DB)

이처럼 대통령실에서 우회적으로 추가 거부권 행사 여지를 보이는 건 여소야대로 정부·여당 입법이 막힌 와중에 민주당 단독처리 법안들까지 수용해선 안 된다는 의지로 읽힌다. 국회 의석수가 바뀌는 총선도 1년 앞으로 다가온 만큼, 윤 대통령의 거부권을 최후의 보루로 삼아 총선까지 여소야대 국면을 견딘다는 계산이다.

이 때문인지 대통령실은 7일 야당에 대한 불신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청사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 주재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민주당 소속 시·도지사가 협력의 뜻을 밝혔다고 전하면서 “우리 정치가 여의도를 떠난 민생의 현장에서는 협치를 잘 이룰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상징적인 자리”라고 말했다.

‘여의도를 떠난 현장에선 협치를 이룬다’는 언급은 전날 회의에 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들이 참석하고 협력키로 했다는 점을 부각시키면서, 민주당이 국회에서는 과반 의석을 동원해 법안을 일방 처리해온 것을 대비시키며 비판하는 의도로 읽힌다.

같은 날 여당인 국민의힘에서 윤재옥 신임 원내대표를 선출한 데 대해서도 대통령실은 협치보다는 윤 대통령의 지시이기도 한 ‘당정협의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여소야대 상황이니 야당과 협력해 국회를 잘 이끌어나가길 바란다”며 “최근 당정 간 정책적 교류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데 새 원내대표가 가세하면서 그런 흐름이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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