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전직 임원·정치권 입김 난무하는 KT

입력 2023-04-11 05:00수정 2023-04-11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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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임원' 한영도 K-비즈포럼 의장 "박종욱 체제, 지배구조 개선은 월권"
한 총리 "인사 개입 없다" 밝혔지만…정치권 압박 속 '낙하산' 우려 여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에 위치한 KT 사옥 모습. (연합뉴스)

KT가 최고경영자(CEO) 교체 불확실성으로 인한 경영위기에도 불구하고 박종욱 대표이사 직무대행이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하며 사태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외부에서 KT를 향안 입김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KT 전직 임원에서부터 국무총리까지 나서 조언하고 있는데, 내부에서는 이를 두고 오히려 KT가 흔들린다며 멈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전직 KT임원 출신인 한영도 K-비즈니스 연구포럼 의장은 박 대표 대행을 주축으로 한 KT 지배구조 개선 논의는 위법 소지가 크다며 입장을 묻는 공개질의서를 발송했다. 한 의장은 “포럼에서 활동하는 KT 소액주주들과 함께 경영 공백 장기화에 따른 혼란으로 기업 가치 훼손뿐만 아니라 협력업체 경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어 질의서를 발송했다”고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이들은 위법적인 행위의 소지가 큰 지배구조 개선을 할 것이 아니라, 경영을 정상화하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질의서에는 대표이사 직무대행의 권한 관련 질의 4건, 지배구조 및 비상경영관련 5건, 경영공백관련 1건 등 총 10건의 질의가 담겼다.

한 의장은 “박 대표 대행의 행위들이 경영혼란과 여러가지 법적 문제 등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장기간 경영공백으로 인한 기업가치의 심각한 훼손 우려가 있다”며 질의서 발송 이유에 대해 밝혔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KT를 위한 목소리라는 입장도 있지만, 대부분은 KT를 향한 ‘월권’이라며 부정적인 시선을 보낸다. 포럼은 구성원들이 KT 전직 임원들로 구성됐다고 알려져 있지만 한 의장을 제외한 나머지 멤버에 대한 비공개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보유하고 있는 주식 수, 구성된 소액주주의 인원 수, 주식 비중 등 대부분의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간섭하는 것은 오히려 KT 흔들기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에서도 꾸준한 압박이 이어지고 있다. 전날 한덕수 국무총리는 KT를 향해 “KT인사에는 정부가 개입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나타냈다. 정부가 KT 주식을 갖고 있지 않고, 주요 결정사항은 오직 주주만이 개입할 수 있다며 정치권 인사가 KT에 낙하산으로 합류하는 것에 대해 선을 그었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정부의 압박에 현재의 사태까지 오게 됐다며 한 총리의 발언에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속담을 예로 들며, 정치권에서의 거듭된 조언이 오히려 KT를 흔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K-비즈니스 연구포럼 주체가 한 의장 외에 구성원이 누구인지 알려지지 않았다”며 “2019년(황창규 전 회장 임기 말)과 2023년(구현모 전 대표 임기 이후) 등 회사의 공백기에만 나타나 목소리를 내는 것은 의도가 어떻든 진지하게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질의서가 KT에 어떻게 전달됐는지는 알 수 없으나 어떤 권한과 자격으로 12일까지 답변을 달라고 요청하는 것인지도 잘 모르겠다”며 “지금 시기에 외부에서 목소리를 내는 것 자체가 지나친 간섭과 흔들기에 불과하며 선을 많이 넘는 것 같은 행동”이라고 꼬집었다.

협력업체에서는 지난해 12월부터 이어져온 경영 불확실성에 납품대금 등이 지연되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박 대표 대행이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해 앞으로 5개월간 사외이사·대표이사 선임절차를 진행하는 등 경영공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주요 결정권자 부재로 인한 사업에서 차질이 생길 수 있어서다. 대표이사 선임이 계속해서 지연될 경우 올해 사업 자체를 정삭적으로 추진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KT 관계자는 “연쇄위기 우려에 협력사와 계열사의 사업은 지장 없게끔 할 계획”이라며 “고객들의 서비스는 안정적으로 제공해 불편을 겪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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