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와 전라남도에 두 개의 규제자유특구가 새로 생기고, 부산광역시와 전라북도의 기존 규제자유특구에 실증사업이 추가됐다.
정부는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제10차 규제자유특구위원회(특구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의결했다.
강원도에 이용하지 않은 산림바이오매스 청정수소를 생산‧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특구와 전남에 친환경 HDPE 소형어선을 제작하는 특구가 새로 선정됐다.
기존 특구에 추가된 사업은 두 가지로 부산 블록체인 특구에 블록체인 기반 실손보험 간편청구 서비스 사업이, 전북 탄소융복합 특구에 고압 탄소복합재 탈부착 수소용기모듈 시스템 실증이 추가됐다.
산림에 방치된 폐목재와 산림 부산물인 미이용 산림 바이오매스를 원료로 수소 자동차 등에 사용할 수 있는 99.97%의 고순도 청정수소를 생산사업을 실증한다.
해당 실증 사업으로 미이용 산림 바이오매스를 원료로 태백시에서 운영 중인 철암발전소를 활용해 안정적이고 경제적으로 고순도 수소를 추출할 수 있다.
철암발전소는 미이용 산림바이오매스를 원료로 합성가스(일산화탄소와 수소가 주성분인 혼합가스)를 생산하고 가스엔진을 돌려 전기를 생산한다.
현행 수소경제 육성 및 수소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도시가스 △액화석유가스 △탄화수소 △알콜류에서만 수소를 추출할 수 있다.
특구위원회는 합성가스에서 수소를 추출할 수 있도록 수소추출설비 제작과 제작된 설비의 사용 전 검사가 가능하도록 특례를 부여했다.
이번 실증사업을 통해 청정수소 생산 방식을 다양화하고 방치된 산림 목재를 사용함으로써 대규모 산불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 대규모 화학단지 중심의 수소생산지가 아닌 내륙의 태백시가 강원도 청정수소 보급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10톤 미만의 소형어선을 HDPE 소재로 건조하고 해상에서 실증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HDPE는 고밀도 폴리에틸렌(High Density PolyEthylene)의 준말로 고밀도 열가소성 플라스틱으로서 열 가공으로 재활용할 수 있다.
국내 어선의 96%는 FRP 소재지만 재활용이 불가하다는 문제가 있다. 특히 20년 이상의 노후 선박이 증가함에 따라 재활용되지 못하고 방치되는 FRP 선박이 환경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이에 재활용 가능한 친환경 HDPE 소재를 활용한 소형어선 도입 필요성이 부각된다.
문제는 현행 어선법 등은 강선(船)‧FRP선‧목선‧알루미늄 선박만 규정하고 다른 재료에 대한 규정은 없다는 것이다. HDPE 소재의 선박 제조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다.
이에 따라 특구위원회는 전남 특구에 HDPE 소재 소형어선의 제조와 해상 실증을 허용하는 특례를 부여했다.
실증사업을 통해 HDPE 소재 어선구조 기준을 수립하고 전국 HDPE 생산의 61%(1180만 톤), 10톤 미만 등록어선의 43%(26,600척)를 차지하는 전남의 인프라와 연계해 친환경 선박 보급 확대 및 전‧후방 산업 생태계를 조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부산 블록체인 특구는 2019년 규제자유특구 제도 도입과 함께 최초로 지정된 특구 중 하나다. 지난 4년간 해양물류, 공공안전, 부동산 투자 등 공공‧민간 인프라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했다.
해당 특구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진료 이후 동의 한 번만으로 실손보험을 간편하게 청구하는 서비스를 추가로 실증한다. 특히 부산 블록체인특구의 성과인 오프체인 방식의 개인정보 파기 기술을 사용해 개인 의료정보 누출 가능성을 차단한다. 오프체인은 개인정보를 복원 불가능한 익명 정보로 바꾸어 안전하게 파기하는 방식을 뜻한다.
현행 의료법령에 따르면 법인이 환자를 대리해 의료정보를 수신할 수 없고 환자가 대리인에게 의료정보를 제공할 때마다 동의서 및 위임서를 작성해야 한다.
특구위원회는 법인도 환자를 대리 할 수 있고, 환자도 일정 기간을 정해 동의 한 번만으로 의료정보를 대리인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특례를 부여했다.
부산대학교병원이 특구사업자로 참여해 부산지역 100여개 병‧의원과 연계한다. 의료데이터 및 청구양식의 표준화 및 향후 보험업계의 참여도 수월할 것으로 기대된다.
2020년 지정된 전북 탄소융복합 특구는 탄소복합재 소화수용 탱크, 대형 수소트레일러 제작 실증을 진행하고 있다. 실증 결과 소방차 구조기준 규제를 해소했다.
고압의 수소를 견디기 위해서는 수소용기에 탄소섬유를 필수적으로 사용해야 하지만 국내‧외 시장에서 일본 등 외국산 제품에 밀려 국산 탄소섬유의 점유율은 한자리 대에 불과하다.
이에 전북 탄소융복합 특구는 탈부착이 가능한 수소용기모듈과 특장 작업대용 수소연료전지를 실증해 특장차를 친환경으로 전환하고 국산 탄소섬유 신규수요 창출에 나선다.
특구위원회는 수소 충전용기 최대 충전압력을 현행 35MPa에서 70MPa로 올리고 수소충전소에서 수소용기모듈 충전을 허용하고 특장 작업용 수소연료전지의 기준을 신설하는 특례를 부여한다. 현재 수소차 충전소는 수소 차량 이외에 수소 충전을 할 수 없다.
이번 실증으로 고정식 수소충전소 이외에 탈부착 수소용기모듈이라는 새로운 수소 운송‧충전 개념을 제시하고 전북의 우수한 특장차‧수소생산 인프라와 연계해 특장차 친환경 전환을 선도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영 장관은 “규제자유특구가 규제 혁신을 통해 지역에 기업이 모이고 신산업 생태계가 창출한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며 “신속한 규제해소와 두터운 사업화 지원을 통해 대한민국 혁신기업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까지 진출할 수 있도록 규제자유특구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