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호황기때 공격적 대출
미분양 쏟아지는 대구 중심 문제
중앙회 "안정적 토지신탁만 취급
“지난해 레고랜드 발(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위기가 터졌고, 그 여진이 남아서 올해 상반기가 지나면 폭탄이 하나씩 터질 것으로 우려된다.”(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난달 20일 ‘배드뱅크 설치를 통한 부동산 PF 위기 해법 모색 국회 세미나’에서)
지난해 8월말 레고랜드 사태로 촉발된 국내 부동산 PF 시장의 위기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새마을금고가 ‘불쏘시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부동산 대출시장의 ‘큰 손’으로 통하는 새마을금고는 전체 대출 중 PF에 상당 부분 쏠려있다. 부동산 호황기 때 PF 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린 영향이다.
하지만 부동산경기 침체로 미분양 아파트가 급증하면서 연체율도 덩달아 뛰었다. 금융당국이 직접 감독 권한이 없는 탓에 규제망에서도 벗어나 있다. 금융시장 시한폭탄으로 떠오른 부동산 PF시장에서 ‘새마을금고 위기론’이 나오는 배경이다.
12일 행정안전부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새마을금고 건설·부동산업 기업대출 잔액은 올해 1월 56조4000억 원 규모로 집계됐다. 이는 2019년 말(27조2000억 원)과 비교하면 3년 새 두 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같은 기간 연체 대출액은 7000억 원에서 5조2000억 원 규모로 7배 이상 뛰었고 연체율은 2.49%에서 9.23%로 6.74%포인트(p) 급등했다.
부동산 PF대출은 부동산 사업을 진행할 때 차주의 신용도나 담보물을 기준으로 돈을 빌려주는 일반 대출과 달리 부동산 개발 사업의 ‘미래 수익성’을 토대로 이뤄진다.부동산경기가 하락하면 부동산PF를 통해 사업비를 마련하는 데 실패한 사업장이 속출할 수 밖에 없고 원금 상환을 못하게 되면 결국 금융사들의 대출 부실로 이어진다. 2019년 이후 부동산 가격이 높아지자 이를 기회로 보고 건설·부동산업 대출을 크게 늘린 새마을금고로서는 부메랑이 된 셈이다.
특히 미분양이 지속해서 나오고 있는 대구지역을 중심으로 지역 새마을금고에 대한 부실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2월 말 기준 대구의 미분양 물량은 1만3987가구로, 전국 광역시·도 가운데 가장 많다.
실제 중소 건설업체 다인건설이 자금난을 겪으며 오피스텔 공사가 중단되자 중도금 대출을 해준 대구지역 12개 새마을금고 지점에 대한 동반 부실 가능성이 확산됐다. 현재 다인건설과 시행사, 분양계약자로 구성된 준공추진위와 지역 새마을금고 7곳이 공사 재개를 위한 약정을 체결했지만, 지역 금고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한 상황이다.
새마을금고의 경우 관리형 토지신탁 사업비 대출도 크게 불어난 상황이다. 관리형 토지신탁 대출은 건설 과정에서 부동산 소유자가 소유권을 신탁회사에 이전하고 신탁회사가 사업시행자로서 개발하는 토지를 담보로 한 사업비 대출이다. 새마을금고 관리형토지신탁 사업비 대출 잔액은 2019년 말 1694억 원에서 올해 1월 기준 15조7527억 원으로 10배나 폭증했다. 연체 대출금은 올해 1월 기준 1111억 원, 연체율은 0.71%다.
이와 관련 새마을금고중앙회 측은 “최근 문제가 되는 PF 대출과 관련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관리형토지신탁만 취급하고 있다”며 “일반 PF 대출과 달리 연체 시 담보물 매각 등을 통해 언제든지 회수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건설·부동산업 기업 대출 연체율 9%대에 달한다는 지적도 일부 채무자에 대한 연체율일 뿐, 새마을금고 전체 채무자에 대한 연체율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금융당국도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고객들의 불안감은 갈수록 커지는 모양새다. 최근 대구지역 새마을금고 지점을 중심으로 고금리 정기예금을 내놓고 있지만, 각종 SNS나 온라인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예치해도 될지 문의하는 글만 올라오고 있다.
새마을금고 위기가 실체화되면 상호금융업 전반으로 전염될 수 밖에 없는 상황. 이 때문에 부동산PF 부실화에 대비한 대주단 협의체를 이달 중 구성할 방침이다. 새마을금고를 포함해 신협과 수협, 산림조합 등 상호금융은 자율협약을 통해 대주단 협의체를 출범할 계획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역 새마을금고 지점을 시작으로 PF 부실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7월부터 본격적인 위기가 나타날 것이라는 이야기가 업계에선 분분하다”며 “서둘러 대주단 협의체를 출범하는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해 부동산PF로 인해 어려웠던 상황이 금융시장으로 전이되면서 올해 새마을금고를 중심으로 굉장히 어려워졌다는 이야기가 들린다"며 "금산법(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상 새마을금고는 금융기관도 아니다보니 문제가 터졌을 때 대응하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시점도 중요할 것 같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다보니 정부에서도 혹여나 새마을금고에서 문제가 터지는 시점이 늦어지면 가만 두진 않을 것"이라며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행정안전부가 포함된 범정부 차원에서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대응할 수도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