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경찰 간부 뇌물’ 의혹과 관련해 한재준 대우산업개발 대표이사 등 5명을 피의자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12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공수처 수사3부(송창진 부장검사)는 한 대표와 이상영 대우산업개발 회장, 서울경찰청 김모 경무관,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 A 계장, 김 경무관의 지인이자 그의 자산 관리를 맡아온 B 씨를 피의자로 입건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공수처는 올해 초 김 경무관이 이 회장으로부터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에서 대우산업개발 분식회계 혐의 관련 수사를 무마해달라’는 청탁을 받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당시 대우산업개발은 분식회계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었다. 청탁의 대가로 3억 원을 받기로 했으나 실제로 1억2000만 원만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공수처는 이 회장과 김 경무관에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한 대표도 주요 피의자다. 공수처가 지난달 10일 이 회장을 소환조사한 데에 이어 최근 피의자 한 대표도 직접 불러 조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회장은 청탁의 대가로 3억 원을 약속했는데 이 중 1억 원을 한 대표가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가 수사를 통해 이 회장과 한 대표의 전화통화 녹취록을 확보했는데 여기에 경찰의 대우산업개발 수사 정보가 유출된 듯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전화를 받았다. 내가(이 회장) 다음 주 경찰 조사를 받고 한 대표를 한 번 더 부른 뒤 (분식회계 혐의는) 무혐의로 끝낼 예정’이라는 취지다.
이와 관련해 대우산업개발 수사 정보를 빼돌린 것으로 의심받는 다른 경찰도 피의자로 입건됐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 소속인 A 계장은 수사 초기단계에서는 참고인 신분이었으나 현재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된 상태다. A 계장에는 공무상비밀누설 혐의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피의자 중에는 평소 김 경무관을 대신해 투자를 하며 자산관리인 역할을 해온 B 씨도 포함됐다. 공수처는 김 경무관이 대우산업개발 측으로부터 받은 것으로 보이는 돈이 B 씨에 흘러 들어간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 중이다.
한 대표는 공수처에서 살펴보는 경무관 뇌물 사건과 별개로 검찰에서도 수사를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조사부(민경호 부장검사)는 지난달 28일 분식회계 등 혐의를 받는 한 대표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