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축산 등 20여개 협상 위한 대표단 꾸려
중국도 통 큰 선물 준비할 듯
지난주 중국 다녀온 마크롱, 연일 미국 거리두기 발언
“유럽, 스스로 운명 개척해야”
중국으로부터 동맹국을 떨어뜨리는 데 집중했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외교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 이어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까지 친중 행보를 보이면서 도리어 미국과 거리를 두려는 모습을 보인 탓이다.
11일(현지시간) CNN방송에 따르면 지난달 폐렴 증세로 중국 방문을 연기했던 룰라 대통령이 12~15일 중국을 방문한다.
룰라 대통령은 14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에서 경제협력과 우크라이나 전쟁을 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브라질 내에선 방문 전부터 경제협력에 대한 기대감이 큰 상태다. 브라질 대통령실은 전날 성명에서 “이번 방문은 2009년부터 주요 무역 파트너였던 중국과의 관계를 다시 시작하는 것을 목표로 재개됐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룰라 대통령은 이번 방문길에 농업과 축산, 기술, 관광 등 20개가 넘는 분야에서 양자 협상을 위한 대표단을 꾸렸고, 여기엔 기업인과 주지사, 하원의원, 장관 등이 포함됐다.
그가 중국과의 협력에 적극적인 이유는 중국이 브라질의 가장 큰 교역국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양국 교역액은 1504억 달러(약 199조 원)에 달했다. 룰라 대통령이 중국을 처음 방문했던 2004년 대비 21배 불어난 규모다.
룰라 대통령은 13일 화웨이테크놀로지 혁신센터도 방문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를 집중적으로 받는 기업이라는 점에서 이번 방문은 사실상 브라질이 미·중 갈등에서 미국 편을 들 생각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짚었다.
브라질 정부는 룰라 대통령이 전임자인 자이르 보우소나루와 달리 이전 집권 때부터 다자주의를 중시해온 터라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주 마우로 비에이라 브라질 외교장관은 브리핑에서 “우린 모든 곳에서 모든 사람과 친밀하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은 룰라 대통령의 화웨이 방문을 도발로 봐선 안 된다”며 “대통령이 다른 국가를 방문하면 그곳의 기업을 방문할 가능성도 큰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역시 이런 브라질을 확실한 우군으로 확보하기 위해 통 큰 선물을 안길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이미 지난주 에어버스 항공기 160대 구매 계약과 이례적인 베이징 외곽 도시에서의 만찬으로 자국을 방문한 마크롱 대통령의 환심을 샀다.
이후 마크롱 대통령은 연일 친중적인 발언을 내놓아 미국과 서방을 분노하게 했다. 그는 네덜란드를 국빈방문한 이날 “유럽은 우리 것이 아닌 위기(대만 문제)에 휘말릴 위험이 있고 이는 전략적 자치권 구축을 방해한다”며 “유럽이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유럽연합(EU) 경쟁력 강화와 산업육성 정책, EU 이익 보호, 상호주의와 협력이라는 다섯 가지를 핵심으로 하는 EU 경제·안보 독트린도 제시했다.
마크롱 대통령 발언 이후 미국과 유럽에선 그가 중국 방문 후 시 주석에게 포섭당했다는 비난까지 나오고 있다. 나아가 룰라 대통령마저 바이든 대통령과 거리를 둘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블룸버그는 “룰라 대통령의 중국 방문은 마크롱 대통령의 일정을 뒤따르고 있다”며 “그의 화웨이 방문은 미국을 분노하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